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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위기 수출 컨테이너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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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위기 수출 컨테이너는 알고 있었다

입력
2009.0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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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생산라인 근로자용 장갑을 만들어 전량 수출하는 중소기업 천우텍스타일은 최근 동유럽쪽 수출 물량이 뚝 끊겼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해외사무소를 통해 매달 콘테이너 한 박스 분량(20만결레)의 장갑을 실어냈지만, 최근 수주량은 4개월 연속 '0'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곳으로의 수출도 줄었지만, 동유럽은 아예 수출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며 "언제 수출이 재개될 수 있을 지도 예측이 안 된다"고 밝혔다.

동유럽의 국가 부도 가능성에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우리나라의 동유럽 국가별 수출이 최대 90%나 폭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은 이미 동유럽의 위기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동유럽발(發)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급감세인 우리 수출은 또 한번 충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5일 지식경제부와 관세청,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31억6,100만달러(관세청 확정치)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2%나 줄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률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특히 동유럽 11개국으로의 수출은 7억3,900만달러에 그쳐 무려 53.8%나 급감했다.

국가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165억달러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 우크라이나로의 수출은 지난달 무려 89.8%나 폭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니 아예 수출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통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60%나 급락했고 주식시장은 75% 폭락한 상태다.

발틱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로의 수출도 지난달 84.2%나 감소했다. 또 대(對) 헝가리 수출도 69.5% 줄었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올해 30%나 급락,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에스토니아로의 수출도 65.8% 감소했다.

동유럽 국가 중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러시아 수출이 52.1% 줄어,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선 낫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정도다. 동유럽 국가 중 지난달 수출이 증가한 나라는 세르비아(4.8%) 단 한 곳에 그쳤다.

수출 급감 품목도 다양하다. 지난달 대 EU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일반기계가 61.6% 급감했고, 휴대폰이 52.1%, 자동차 부품이 38.1%, 석유화학제품이 29.7% 감소했다. 업종 구분 없이 대부분 품목이 줄었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동유럽 국가 부도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감소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유럽의 비중은 13.8%로 중국(21.7%)에 이어 두 번째였다.

중국에 이어 유럽 수출까지 꺾일 경우 우리경제는 빈사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이미 비상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현대ㆍ기아차가 동유럽 수출을 위해 국내에서 선적한 차량은 모두 6,126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4%나 급감했다.

현지 공장 운영 등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는 11억유로를 들여 체코 동북부 오스트라바 노소비체 지역에 생산 공장을 건립, 작년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기아차도 2007년 4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의 종합 자동차 생산공장을 세웠다. 또 삼성전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두 곳에 LCD를 비롯한 TV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LG전자도 폴란드 무와바, 브로츠와프 두 곳에 TV·모니터·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그러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공장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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