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화그룹은 조만간 본사 관리ㆍ지원 분야의 잉여인력을 현장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확정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 상황인 만큼, 각 계열사별로 현장 필요인력 등을 조사해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 포스코는 지난달 현장조직 일부를 개편했다. 광양제철소의 경우 위치에 따라 4개로 나눠져 있던 도금공장 조직을 3개 제품별(일반도금, 전기도금, 자동차강판도금)로 재편했다. 글로벌 불황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객 니즈를 최우선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현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이 '현장으로, 또 현장으로'를 외치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몸부림인 셈이다. 이에 따라 평상시라면 본사에서 경영ㆍ판매 전략을 논의할 직원들이 일선 영업현장에 배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본사 잉여인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주택, 건설, 플랜트 등 사업 부문별로 본사 직원들을 현장에 재배치하고 있다. 주택 관련 부서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미분양 현장에 관리인력을 내보내 분양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토목 플랜트 등 공사 수주에 따라 사업지가 늘어난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판매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현장 중심 체제로 영업조직을 개편했다. 현대차는 이달 18일부터 국내외를 포괄하는 글로벌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그 밑에 국내를 포함한 주요 5개 지역(미주ㆍ유럽ㆍ아태ㆍ아중동ㆍ국내)을 관할하는 영업조직을 배치, 시장별 책임판매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판매 위주 글로벌 경영'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 회장은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올 들어 유럽과 러시아에 이어 23일 글로벌 경기침체의 중심축인 미국을 3년만에 찾았고, 내달 초엔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LG화학도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김반석 부회장은 "불황기엔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더 잘 팔리기 때문에 결국 올해는 현장에서 얼마나 원가를 줄일 수 있느냐가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공정 혁신 등을 통한 대대적인 원가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KT는 이석채 사장 취임 후 조직과 인력을 '현장 모드'로 바꿨다. 우선 이사회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해온 혁신기획실과 지역본부 내 총무부장 등 관리직을 모두 없앴다. 대신 본사 관리직 3,000명을 KT플라자(구 전화국) 등에 배치해 현장 영업활동을 대폭 보강했다. 특히 부문장(부사장급)이 각 상품 기획ㆍ영업까지 맡도록 함으로써 부사장 간 경쟁을 유도하는 형태로 바꾸었다.
KT의 현장 강화 바람은 5월 18일로 예정된 KTF와의 합병 이후 또 한번 거세질 전망이다. 재무 인사 등 KT와 중복되는 지원부서가 통합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KTF와 합병하면 잉여 인력은 개인고객 부문의 영업 현장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달 21일 사상 최대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본사 직원의 85%(1,200여명)를 경기 수원ㆍ기흥, 충남 탕정 등 생산 및 연구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본사 경영지원 및 기술 총괄조직도 폐지했다. 글로벌 경영위기 속에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해 현장 중심 경영에 나서자는 차원이다.
삼성전자 김준식 전무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현장(공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옥상옥 구조를 탈피함으로써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피드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팀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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