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는 남매가 남한의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상속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는 남ㆍ북한 형제자매 사이에 벌어진 기구한 재산 분쟁의 연원은 6ㆍ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전 평안남도 순천군에서 의사로 일하던 윤모(사망)씨에게는 아내와 2남4녀가 있었다. 그는 전쟁이 터지자 큰딸만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했으나, 53년 휴전협정이 타결돼 분단이 고착화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큰딸과 함께 서울 영등포에 정착해 개인 의원을 열었고, 남한에서 만난 권모(75)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더 낳았다.
윤씨는 87년 세상을 떠나면서 영등포 일대의 부동산 등 상당한 유산을 남겼다. 이 재산은 지난해 말까지 사망한 윤씨 명의로 남아 있었지만 부인 권씨와 남한의 자녀들이 실질적인 재산권을 행사했다.
북한을 방문한 선교사 등을 통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의 4남매(큰아들은 사망)는 월남한 큰딸에게 소송 위임장을 전달,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상속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새어머니와 남한의 동생들이 북한의 가족을 배제한 채 상속재산을 독식하고 있다"며 권씨와 이복동생 4명을 상대로 상속 부동산의 일부와 25억원을 요구했다.
판례 상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법원에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 2005년 북한에 사는 벽초(碧初) 홍명희의 손자는 자신의 동의 없이 할아버지의 작품 '황진이'를 출간한 남한의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이듬해 조정을 통해 미화 1만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6ㆍ25전쟁 중 납북된 북한 주민 이모(82)씨가 남한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기 땅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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