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이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깎아 그 돈을 신입사원과 인턴을 늘리는 데 활용키로 했다. 공기업의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대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셈이다. 공식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 등 사실상 백수가 35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진국에 비해 높은 임금수준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 채용도 할 수 있는 여력을 갖는다면 노사가 윈-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도 줄어 우수인력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고용시장의 왜곡 현상도 해소될 것이다.
고임금이 기업경쟁력을 저해하고, 비정규직도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숱하게 제기돼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00으로 잡았을 때 우리나라 대졸 초임은 127.9%로, 미국(94.5%), 영국(92.2%), 일본(72.3%)보다 높았다. 1인당 GDP가 이들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고임금은 적정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계는 대졸 초임을 깎아 신입사원과 인턴채용을 늘리기로 한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위기를 핑계로 임금만 삭감한 채 고용창출을 소홀히 한다면 반기업정서가 확산될 것이다. 30대그룹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투자 및 신규채용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상당수 그룹이 이행하지 않았다. 여당 대표가 대기업들이 100조원의 잉여금을 쌓아두고 투자와 고용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존 직원들의 고통분담 없이 새내기들의 임금만 깎을 경우 사내 임금구조가 양극화한다는 점에서 노사간 타협이 절실하다. 재벌총수들도 사재를 털어서라도 사내 고용안정기금등을 조성해 고용창출에 솔선수범하면 노사화합을 다지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고용안정과 산업정책을 연계해 일자리 창출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에 대한 세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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