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서, 그간 대형 뮤지컬을 제작하며 자만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연극 정신을 되찾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맘마미아' '댄싱 섀도우' 등을 제작한 박명성(47)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뮤지컬 프로듀서로서의 삶과 공연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 '뮤지컬 드림'(북하우스)을 펴냈다. "뮤지컬 제작노트를 기반으로 고급스러운 언어가 아닌 현장 언어로 썼다"는 책에는 그가 선보여 온 '렌트' '맘마미아' '아이다' 등의 제작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1982년 배우로 연극에 입문한 그는 고 김상열씨의 극단을 맡으며 극단명을 신시에서 신시뮤지컬컴퍼니로 바꿔 달고 뮤지컬 프로듀서의 길을 걷게 됐다. 1998년 저작권 개념 없이 해외 작품을 베껴 공연하던 당시 관행에서 벗어나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 라이프'를 무대에 올린 그는 이후 '렌트' '맘마미아' '아이다' 등 브로드웨이 화제작들의 한국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갬블러'의 초연 성공을 믿고 섣부르게 재공연을 추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했고, '아이다' 준비 중에는 위암 초기 진단을 받고도 스태프들에게 숨긴 채 제작을 강행하기도 했다. "성공한 공연부터 실패한 공연까지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자산"이라는 그는 특히 2007년 여름에 공연된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기획부터 공연까지 7년간 45억원을 투입한 이 공연은 흥행 실패로 제작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23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돈벌이 수단이 아닌 연극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댄싱 섀도우'의 실패 사례도 자신과 후배 제작자들에게도 큰 교훈이 되리라 믿고 있다. "양적으로 많은 소극장 뮤지컬이 제작되고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대다수입니다. 좀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가 계속될 때 화제작이 탄생하고 이것이 대형 창작 뮤지컬의 토대가 돼 뮤지컬 관객 저변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수 있습니다."
김소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