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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위기극복 대타협/ '고통 분담' 선언만으로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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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위기극복 대타협/ '고통 분담' 선언만으로도 의미…

입력
2009.02.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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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23일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대타협 합의문 도출에 성공한 것은 고통 분담을 통한 '공존'의 싹을 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큰 틀의 합의만 이뤄냈을 뿐 경제주체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 관계를 조율해 실효성 있는 이행 방안을 담보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위기극복 손잡았다

노사민정이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공멸이냐 상생이냐' 선택을 강요하는 한국 경제의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위기의 파고가 그만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다.

절박한 현실 인식은 그 동안의 준비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비상대책회의는 3일 출범 이후 그 동안 8차례의 실무위원회 및 공개토론회, 대표자 협상 등 총 10여 차례의 공식ㆍ비공식 회의를 거쳐 전문과 64개항의 본문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이끌어 냈다. 이세중 대책회의 공동의장은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수 차례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대의 앞에서 노사정이 한 발씩 물러서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태동한 노사정 협의체를 정부가 주도한 것과 달리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의 제안을 정부가 수용했다는 점도 위기 극복을 위한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동안 경제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국민은 철저히 방관자에 불과했다"며 "이번 합의는 시민ㆍ사회단체, 종교계, 사회원로 등 민간까지 참여해 한층 진일보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구두선에 그칠라

이번 합의는 사회전반적으로 위기상황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합의문의 내용이 여전히 선언적인 수준에 머문 데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구속력을 담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임금과 고용을 맞바꿔 일자리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창출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은 "경제위기 극복기간 동안 노동계는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 동결ㆍ반납을 실천하며, 경영계는 해고를 줄여 고용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전부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탓에, 가령 인력과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인력재배치, 무급휴가제, 직업훈련 등 특정 해결 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해당 사업장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의 최대 관심사인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아예 뺀 것도 논란 거리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량해고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특히 경제위기가 지속되면 올 하반기 이후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고 이뤄진 불완전한 합의인 셈이다.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의 참여 거부도 합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김대모 노사정위 위원장은 "합의문 이행 과정에라도 민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민노총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번 합의가 확실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대형 사업장이 중심이 된 민노총의 참여가 필수적이나 전망은 어둡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협약이 있었지만 기업들의 호응이 거의 없어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며 "개별 기업 특성에 맞는 모범사례를 개발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권장해야 통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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