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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서울북부지검장, 직원들에 매주 쓴 편지 책으로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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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서울북부지검장, 직원들에 매주 쓴 편지 책으로 묶어

입력
2009.02.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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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50ㆍ사시23회) 서울북부지검장이 지난 한 해 대전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실천했던 '검찰경영 보고서'를 책으로 냈다. 부임 때부터 이임 직전까지 여름 휴가철 한 주만 빼고 매주 월요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편지 42통과 답장을 엮어 단행본으로 만든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 는 행복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에 행복개념을 도입한 것은 상당히 실험적이다. 조 검사장은 이 보고서에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실천적 고민들을 담았다.

조 검사장은 부임 직후 검찰청 배치표부터 바꿨다. 검사장 아래로 차장검사 부장검사 검사 순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배치표를 뒤집어 맨 위 검사장 자리에 국민을 앉히고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순으로 배치한 뒤 검사장을 가장 하단에 표기, 파격적 발상의 전환을 선보였다. 역발상 배치표는 "검찰은 고객인 국민을 섬기고 검사장은 내부 고객인 검찰청 직원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출발했다.

조 검사장은 이어 매주 월요일 직원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쓰는 것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개인과 조직의 꿈과 행복, 업무와 일상사 등을 담은 검사장의 사신(私信)을 받아 든 검찰청 직원들의 첫 반응은 "엉뚱한 검사장의 뜬금없는 행동" 정도를 넘지 못했다. AGC라고 소개한 직원은 답장에서 "많은 직원들은 '검사장님이 이러시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조 검사장의 행복경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격주로 수요일엔 외부 유명강사를 불러 전 직원을 상대로 '수요대학'이라는 특강을 실시하고 점심시간에는 야외에서 직원들과 '워크아웃'이라는 이름의 간담회를 가졌으며 어버이날에는 전 직원의 부모님 댁으로 케이크를 돌렸다.

5월 어느 날에는 인근 제과점에서 빵을 잔뜩 사서 기록물을 나르는 카트에 싣고 직접 청사에 나타나 야근 직원들에게 일일이 돌리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 다음 날 검사장이 또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더 많은 직원들이 야근대열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 검사장은 월요편지에 "야근은 필요하면 해야지 문제를 야근으로만 해결하는 방식은 그리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라고 적어야 했다.

검사장의 기행(奇行)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직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편지가 배달되는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 검사장의 행복경영은 또 대전지검 형사부가 잇따라 전국 우수 형사부로 선정되고 검찰총장 배 축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의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 검사장은 39번째 편지(12월22일자)에서 200여 대전지검 전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 줌으로써 자신의 행복경영을 믿고 따라 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올해 서울북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조 검사장의 행복경영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불행한 마음으로 쓰는 칼은 흉기가 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사용하는 칼은 외과용 메스가 된다"며 검찰권을 행사할 때도 행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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