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선 돌파에 네 번이나 실패하면서 이제 시장은 다시 박스권 하단을 테스트하고 있다. 철저한 박스장세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드는 의심과 불안은 늘 똑같다. 과연 이번에도 박스권 하단에서의 반등에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불안한 것이다. 마치 상승할 때 박스권 상단에서의 저항이 의심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악재는 사실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진입했고, 동유럽의 금융위기가 코앞에 닥쳤으며, 미국에서는 GM의 파산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은행 국유화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높아만 가는데 해법은 딱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박스권 하단은 지켜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원ㆍ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작년 4분기는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채무 상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고, 미분양 증가에 따른 건설사의 줄부도 사태가 우려되던 시기였다. 즉, 국내적인 신용리스크가 원ㆍ달러 환율 상승의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딱히 그런 이슈가 없다. 환율 상승은 전적으로 동유럽발(發)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는 연장선상에서 해석을 해야 한다.
둘째, 동유럽의 위기는 결국 유럽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다. 동유럽을 그대로 둘 경우 자신들이 받는 피해도 막심하기 때문이다.
셋째, GM이 파산 신청을 할 경우 단기적인 파장은 있겠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 상태 그대로 자금 지원을 해봐야 몇 달 못 버티고 또 손을 내밀 것 또한 뻔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파산을 통해 쟁점을 해결하고, 구조조정과 정상화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이밖에 미국의 은행 국유화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금융위기 당시 국유화를 통해 은행 정상화가 빨리 진행됐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큰 악재는 아니다. 주주들에게 불리한 정책이기 때문에 은행 주가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게 된 은행의 자본 조달이나 대출 확대 여력이 그만큼 빠르게 보강되기 때문에 다른 업종의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증시나 경기 하락 속도를 볼 때 미국과 유럽이 마냥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우선 바닥확인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주 초반 약세를 보이게 된다면 주 후반에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략 대상은 최근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주다. 가격 조정을 기다려 여유 있게 접근하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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