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중도적 학자들은 이명박 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국민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점수가 높지 않았다. 중도 진보든, 중도 보수든 지난 1년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소통 부재, 일방통행식 통치행태가 주된 비판대상이었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경제위기 속에서 현 정부가 전체적인 방향은 맞게 설정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정치 분야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脫)여의도식 정치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정치가 비생산적, 비효율적이라고 하면서 이를 무력하게 만든 뒤 자기가 주도하는 통치에만 집중했다"며 "그 결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풀지 못했고 여당 내부관계, 여야 관계에서도 정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요즘 정치권과 학계의 화두인 소통의 문제가 어김없이 제기됐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결정했으니 국회는 추인만 하라는 식으로 정치를 하면 잘 될 리가 없다"며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소통하고, 그런 바탕에서 야당과 협의하는 과정이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지적했다.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가는 것은 정치라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이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야 정치권과의 소통을 잘하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갈등이 고조된 현상도 분석 대상이었다. "능동적 복지를 내세우면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시민사회 중심의 거버넌스가 중요한데 경제정책에 올인하면서 사회분야를 소홀히 대했다"(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했지만 '국민과의 대화'라고 해야 정상이 아닌가. 왜 촛불집회가 일어났는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았다"(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중시한 법질서 확립도 논쟁의 대상이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법질서와 공권력을 강조한 1년이었지만 그게 헌법정신에 맞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불법 폭력시위는 제어해야 하지만 공권력 사용도 과잉금지 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헌법정신"이라고 꼬집었다.
외교안보 분야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평이지만 햇볕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는 긍정론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1년 기다리는 전략으로 대북정책을 운용해왔지만 과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제대로 대처하거나 대화로 북한을 설득할 준비는 충분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한미동맹을 강조한 외교분야에서 대과는 없었지만 동북아 국제질서가 미중, 미일관계 중심으로 흘러갈 소지가 커진 만큼 이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10년 간 이어져 온 햇볕정책에 변화를 줘야 했다. 우리의 지원에 익숙해진 북한 스스로 개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분야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 정책을 통한 수출 드라이브가 전반부의 문제였다면 후반기에는 우왕좌왕하다 무대책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가리는 작업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모든 기업을 살리려면 비효율이 쌓이는 만큼 은행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1기는 촛불 정국, 2기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전지전능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4대강 정비사업 등 토목사업에 대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제외하면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이 뭐냐"(윤창현 교수)는 입장과 "토목이나 건설사업 확대로는 고용을 늘릴 수 없는 만큼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정부 지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김상조 교수)는 입장이 맞섰다.
◇도움말 주신 학자들(가나다순)
권형기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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