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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힐러리의 키스'와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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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힐러리의 키스'와 한반도

입력
2009.02.2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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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4개국 순방이 중국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오랜 관행을 깨고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택한 주된 목적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에 있는 만큼, 순방 결과에 대한 평가도 두 나라 관계에 집중된다.

중국 신화통신은 "신뢰와 협력으로 위기극복 다짐"이라고 요약했다. 미 CNN 방송은 "미래 협력의 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논쟁 대신 칭찬 일색"이라고 시기심 섞인 논평을 내놓았다. 어감은 조금씩 다르나 긍정 일변도 평가는 양국 관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의 변화 알린 '외교 대통령'

언론 논평을 좀더 보자.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는 "미국을 아시아에 다시 소개했다"고 요약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 관행과 수사, 자신의 과거 정책 등을 모두 벗어나 새로운 미국 외교와 국무장관 모델을 선보였다고 논평했다. 독일의 쥐드도이체 차이퉁은 '대외 대통령' 제목 아래 "국제 대사의 의상이 잘 어울렸다"며 오바마의 선택을 새삼 높이 평가했다.

언론의 평가를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클린턴의 성공에 주목해서가 아니다. 우리사회가 저마다 고정관념이나 희망적 관측에 얽매인 나머지,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과 구체적 행보의 의미를 헤아리는데 더러 혼란을 겪는 듯해서다. 이를테면 "북한의 강경한 대외자세는 리더십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발언에 우리 진보 세력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인권과 대만, 티베트 문제가 미ㆍ중 관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데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클린턴의 발언은 언뜻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벗어난 돌출 발언으로 들을 만했다. 지레 '실언'을 의심한 언론도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국무부 공식 견해"라고 논평하면서, 함축된 의미를 바로 읽어내는 과제를 우리사회에 안겼다. 어느 신문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논평했으나, 말한 사람의 의도부터 정확히 헤아릴 일이다.

클린턴은 순방 길에 오르면서 "오바마 정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부러 아시아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위기 극복과 국제정세 안정을 위해 한ㆍ중ㆍ일 등 아시아 3국과의 '신뢰와 협력'을 무엇보다 중시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클린턴의 순방 직전 브루킹스 연구소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과의 'G2' 대화와 협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를 '세계를 구하기 위한 2인 클럽' 제안이라고 비유했다. 어느 논평가는 "과거 미국은 중국을 가르치러 갔으나, 이제 키스하러 간다"고 규정했다. 클린턴은 베이징에서 "중국의 도움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달콤한 키스 공세를 폈고, 중국은 미국 경제가 목을 매고 있는 국채 추가매입 발표 등으로 보답했다.

'동맹 우선' 메시지 잘 헤아려야

브루킹스 세미나의 전문가들은 한반도와 관련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동맹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통미봉남' 을 허용한 과거와 달리, 한ㆍ미 이간(離間)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서울과 평양에 동시에 보낼 것이란 전망이었다. 클린턴이 민감한 후계 문제와 리더십 위기를 언급하며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고조의 책임이 북한 쪽에 있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대북정책 변화를 상징한다.

오바마가 '터프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를 천명한 것을 두고, 북한과의 직접대화로 '통미봉남'에 이를 것을 경고한 우리 전문가들이 많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북관계 후퇴를 안타까워한 이도 있지만, 매사 정부가 못마땅한 심리가 바탕인 경우가 흔하다. 이런 이들은 이제 다시 미국을 나무라기보다, 북한문제의 지정학적 원론을 되새기는 게 좋을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기상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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