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일로 집권 2년째를 맞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끈질긴 네거티브 공세를 떨치고 48.7%의 지지로 당선됐고, 그 여세를 몰아가듯 지난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사실에 비추면 집권 1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만 현재의 초라한 성적표가 순전히 이 대통령과 권력 주변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대외적 요인을 비롯한 다른 변수까지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전적인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지지율 변화 추이만 봐도 그렇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1%가 나왔다. 분위기에 휩쓸린 허수가 많이 포함되게 마련인 취임 당시의 75%에 비하면 반 토막이지만,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17%까지 떨어졌던 데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또 민주화 이후 다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지지율과 비교해도 50%대였던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노태우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대보다는 훨씬 높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이후 30%대에서 안정적 상승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지율 회복 과정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은 커진다. 무엇보다 '잘한다' '못한다'는 응답이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인 세대와 지역에 따라 확연히 갈라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의 꾸준한 결집에 따른 현상으로, 그만큼 사회 분열이 굳어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대선 때 지지율과 10% 넘는 차이가 나는 것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간층 대부분을 반대파로 돌려세운 결과이기도 하다.
1년 전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체제의 생존이 시급한 마당에 새삼스럽게 경제 발전 약속의 불발을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통합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못해 사회 분열이 더욱 심각해진 결과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과 그 주변이 커다란 책임감을 느껴 마땅하다.
이런 분열이 좀처럼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반대세력의 집요한 정치공세의 결과임을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 정치적 반대 담론이 확산될 토양은 정부가 마련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의 인사에서는 사회통합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초기 청와대 진용과 각료 인선에서 '강부자' '고소영' 논란이 불거져 계층 분열을 자극했고, 이른바 '권력기관' 인사나 시끄럽게 진행된 공공기관장 및 임원 교체에서 특정지역 출신의 진출이 돋보였다.
지역 불균형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요 법안의 국회 심의가 지지부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야당의 발목잡기가 통할 정도로 사회적 분열이 온존하는 때문이다. 정부ㆍ여당이 그런 빌미를 제거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사회적 분열을 방치하고서는 국정 현안은 논의하나마나다. 당장 정치적 이해를 기준으로 문제점 진단부터 확연한 시각 차를 보이는데, 어떻게 해결책을 사회적 합의로 도출할 수 있겠는가. 집권 2년째를 맞아 이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 집권 2년 차 국정운용 5대 기조에서 이와 통할 수 있는 것이라곤 민생을 챙기는 '따뜻한 국정'뿐이다. 여기서 강조된 배려의 자세를 사회 전체로 넓혀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급한 것이 정치적 배려의 자세다.
여권 내 친박 세력, 반대파인 야당, 행동이 굼뜬 정치권을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측근과 무조건적 지지세력보다 중간세력이나 비판적 지지세력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통합의 리더십은 충분히 선(善) 순환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경제나 남북문제와 달리 외부요인의 관여 없이 이 대통령과 정부의 자세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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