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일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 문제로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불능화하는 노력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앞으로 북한의 HEU 의혹보다는 플루토늄 방식의 핵 불능화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HEU을 북한에서 만들었는지 북한으로 수입됐는지는 우리가 북한에 조사단을 보내면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 때문에 플루토늄에 대한 우리의 통제를 상실한다면 실수”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HEU 연구자는 북한에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결과를 꼬집어 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주 아시아 4개국 순방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HEU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제네바 합의가 깨졌고 북한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장관은 21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룰 경우 엄청난 이익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와 원조도 기대된다”며 북한의 6자 회담 참여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25일 열리는 미 의회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청문회는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화요청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 성격을 띤 유엔고위 관계자 일행이 최근 북한 방문을 추진했으나 북측으로부터 거절 당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린 파스코에 사무총장 정치특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이 3월초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이‘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북측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8일 실시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후계구도와 관련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움직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FT는“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무성한 후계구도 소문 속에 열리는 이번 대의원선거는 김 위원장의 권력이 어디로 향할 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만일 김 위원장의 아들 중 한명이 이번 선거를 통해 대의원직을 차지한다면 그가 후계자로 준비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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