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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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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묘비명

입력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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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명에는 이 글귀가 새겨진다. 김수환추기경장례위원회는 19일 고인의 묘비명으로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였던 이 구절과 시편 23편 1절의 문구가 새겨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편 23편 1절은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내용이다. 평소에 김 추기경이 가장 좋아했던 성경 구절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문구들은 한글과 라틴어로 병기된다.

20일 열리는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대신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주관으로 진행된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명동성당 주변을 메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동성당 대성전에는 교황청 조문단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의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외빈, 평신도 대표 등 800여명만 들어갈 수 있다. 일반인들은 명동성당과 가톨릭회관 마당, 코스트홀 등에 설치된 TV 스크린을 통해 미사 장면을 지켜보면서 참가할 수 있다.

장례미사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이를 위한 제사의 성격을 띤다. 한국 주교단 30여명, 사절단으로 온 외국 주교들, 서울대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다. 빈소에서처럼 김 추기경이 사제로서 마지막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로 얼굴이 신자석을 향하도록 관을 배치한 가운데 2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예식, 말씀전례, 성찬전례, 고별식의 순서로 진행된다.

시작예식은 미사 전에 드리는 기도로 시작해 사제단의 입당 행렬을 거쳐 미사를 시작하는 본 기도로 진행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말씀전례에서는 구약성경의 욥기,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마태오 복음 등을 봉독하며 정 추기경의 강론이 이어진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제사인 성찬전례의 핵심인 성찬기도에서는 고인이 그리스도의 부활에도 참여하도록 기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영성체 의식에서는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모두 참여해 성체를 분배한다.

장례미사의 내용은 일반 사제의 경우와 똑같다. 다만 고별식에서는 고인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을 1~2분 동안 신자들에게 보여주고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승수 국무총리, 서울대교구 최승룡 신부, 한홍순 한국평신도협의회장 등 5명이 고별사(조사)를 하게 된다.

고별식이 끝나면 마침예절 후 장지로 운구하게 된다. 영정을 앞세우고 그 뒤를 사제 8명이 관을 메고 따른다. 김 추기경의 운구차는 일반 사제들의 장례에서 사용하는 운구차와 동일하다. 장지인 경기 용인시 모현면 용인천주교공원묘원까지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경찰과 협의해 신호등이 적은 길로 돌아서 갈 예정이다.

장지에 도착하면 하관 예절을 바로 한다. 먼저 무덤 축복 후 관을 모시게 된다. 이어 유가족들이 성수를 뿌린 후 흙을 동쪽에서 뿌리게 된다. 흙을 덮고 나면 예를 갖추고 묘소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장례식이 끝난다.

장례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매장 수일 후 설치될 고인의 묘비명에는 사목 표어와 시편 23편 1절 문구들 이외에 출생과 사망일자 정도만 추가되며 약력 등은 명기되지 않을 것"이라며 "묘비 크기도 일반 신부의 것과 같은 크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영혼을 달래는 삼우 미사는 매장 사흘 후인 22일 낮 12시 명동성당과 장지에서 열린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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