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백석역 부근의 모델하우스 밀집지역. 이 달 초까지만 해도 썰렁하기만 했던 공동주차장이 차들로 북적거렸다. 서울 번호판을 단 차량도 많이 눈에 뜨였다. A사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 입구에 내방객들이 신고온 신발들이 빼곡히 놓여져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50대 한 주부는 "잠실도 엄청나게 오르고, 지금 부동산이 또 뜨기 시작하잖아요. 요즘 대세가 그래요. 양도세 감면해 준다니까 일단 잡아놓고 보는 거죠."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주택 시장의 해빙 분위기가 서서히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주 양도소득세 감면(50%) 및 면제(100%)와 취득ㆍ등록세 인하(50%),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조치까지 나오면서 수혜를 받게 되는 수도권의 미분양과 신규 분양 시장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특히 양도세 100% 면제 혜택을 받는 용인지역의 미분양 열기는 어느 곳보다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지난 1년 여간 매수자가 거의 없었던 이곳은 요즘 소액 선금을 낸 뒤 정식계약 잔금은 5일 후에 내는 가계약이 폭증,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용인 신봉리에서 분양을 했으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해 고전해온 B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주 양도세 감면 발표 이후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와 전화 문의가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며 "심리적으로 '집을 살 기회'라고 여기는 지 500만원을 내고 가계약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 일손이 달릴 정도"라고 귀띔했다.
미분양 아파트뿐만 아니라 강남 일부지역의 일반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지난 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는 1주일 새 0.02% 올라,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그간 하락 폭이 컸던 과천이 0.15% 상승했고, 분당도 0.02%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분당은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서현동 효자삼환 105㎡(32평)형이 한 주 사이 1,500만원 오른 4억8,000만~6억6,000만원, 정자동 느티공무원3단지 85㎡(26평)형이 1,500만원 상승한 3억9,000만~4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강남권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제 2롯데월드 호재가 있는 잠실 신천동 장미1차 185㎡(60평)형은 1주일 사이 1억원이 올라 14억~16억원 선, 잠실동 주공5단지 119㎡(36평)형은 4,500만원 오른 12억8,000만~13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 경기 및 신도시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각각 -0.04%, -0.01%를 보였고, 인천도 0.05% 하락하는 등 집값 상승세가 아직은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양도세 면제라는 큰 혜택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더 이상 값싼 아파트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존 미분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아직 추세적인 상승기라고 볼 순 없지만 강남 부유층과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긴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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