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하향추세가 무섭다. 지난해 7월 배럴 당 최고 147달러대에 달했던 유가는 이제 30달러 수준에 있다. 불과 반년 사이 70% 넘게 폭락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단기수요급감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가의 하락에도 불구, 갈수록 새로운 에너지위기의 도래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대표적 징후는 투자부족에 따른 기존유전 매장량고갈 가속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산유국의 경우 고갈율은 80%를 넘고 세계평균도 50%를 넘고 있다. 이 결과 중동 신규유전개발 최저유가수준이 20달러대 이상으로 올랐고 중남미 등 여타지역 평균은 70달러를 웃돌고 있다.
오일샌드 등 대체 자원들은 100달러를 넘어 이미 개발중단 상태이다. 이에 관련 학계는 로열티, 마진 등을 고려할 때 시장안정은 유가 60달러 이상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 아래에서는 가격급락 - 투자급감 - 공급급감 - 가격폭등이 반복되는 시장혼란(Cobweb현상)이 우려되며, 이는 결국 에너지위기로 진전된다.
경제위기속의 에너지위기는 심각한 경제파탄을 야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회피해야 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유가하락이 지속될수록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R&D경쟁 수준을 벗어나 M&A, 전략적 연대, 국유화 등을 통한 에너지안보 강화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각국의 ‘그린 뉴딜’정책도 그 궁극목표를 저탄소 사회구축에 두지만 근접목표는 에너지안보 강화이다. 특히 천연가스 안정 확보를 중시한다.
천연가스가 기후변화대응에 유리한 청정연료일 뿐 아니라 가채연수가 석유보다 훨씬 길어 에너지안보제고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균질(均質)재화이기 때문에 세계 모든 시장 수요충족에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해외의존도 97%로 지난해 OECD 추산 최악의 고유가 피해국인 우리나라 에너지안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녹색성장차원에서 신에너지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자원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지원의 대종을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목표가 2030년 국내수요 11% 충족에 그쳐 위기대응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세기 중반까지는 석유와 천연가스 해외투자 및 자주개발 증대를 통해서만 에너지안보 제고가 가능하다. 지금은 2008년 5.7%인 우리 석유-가스 자주개발비율을 2030년 40%로 높이는 시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위주 녹색투자배분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부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고위험 해외자원투자를 민간에 위임할 수도 없다. 따라서 공기업이 정부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
이는 범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이미 에너지시장 주역은 ‘메이저’기업에서 국영기업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해서는 공기업들의 해외사업역량강화가 시급하다. 자체신용으로 투자재원조달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재정능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적정 투자보수율이 보장되는 가격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물가안정과 서민보호를 위해 유보된 전력과 가스가격 인상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한가. 장기하향안정 시장이 지속될 경우 그 인상은 유보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위기 도래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최소한의 요금조정과 미수 원료도입비용 보전 등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에너지 공기업들이 모처럼 도래한 ‘Buyer's Market’에서 M&A, 광구매입 등을 통해 경제적인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미래 에너지안보 비용절감을 위한 현재의 희생수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공기업 경영혁신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것이 불안한 에너지미래에 대응한 가장 효율적인 ‘NO REGRET’전략이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