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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당대표가 기업투자도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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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당대표가 기업투자도 정하나

입력
2009.02.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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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대표가 재벌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정치인이 민간기업의 투자에까지 참견하고 나섰을까.

투자환경 개선이 정부의 임무

그런데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본부터 뒤엎는 일이다. 기업의 투자결정은 기업의 의사결정 중 가장 어렵고 정교한 것 중 하나다. 투자를 잘못하면 회사는 한 순간에 망한다. 회사가 망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투자 실패에 있다. 따라서 투자 결정은 돌다리도 열 번은 두들기는 차원의 신중한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기업한테 대뜸 100조원 자금을 투자하라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투자는 수익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투자비용과 투자수익을 정밀하게 비교 예측해서 수익성이 높아야만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이 투자하라고 해서 민간 기업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투자는 자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그 임무이다. 기업들은 수익성이 예견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선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정부는 이런 속성을 이용해야 한다.

그 동안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온갖 정책 수단을 다 써 왔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도 없애고 금산분리도 없애기로 했다. 수도권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재벌들이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 주었다. 그래서 재벌정권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도 재벌투자가 늘지 않으니 답답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부터 반성해야지, 우격다짐으로 투자하라고 나선다고 문제가 풀릴까.

한국처럼 기업이 권력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라는 없다. 정치권력은 기업을 살리지는 못해도 죽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잘못 보여 실제로 망한 기업도 많았다. 이 때문에 재벌들은 엄청 정부의 눈치를 본다. 청와대에서 오라고 하면 총수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고개를 조아린다. 이런 판국에 여당대표가 느닷없이 투자하라고 하면 그 흉내는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돈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것이 과연 현 상황의 개선이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환율을 방어한답시고 피 같은 외화를 쏟아 부었는데도 환율은 여전히 높다. 그때도 기업들이 정부 눈치 보느라 보유하고 있던 외화를 풀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자기 안전판으로 보유하고 있는 내부자금까지 정부압력 때문에 헛되게 써버린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리고 투자 효과도 없이 돈만 날려 버린다면 나라경제는 또 어떻게 되겠는가. 돈은 요긴하게 써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철폐를 가장 중요한 정책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다. 그나마 규제는 합법적 정책이다. 이런 규제도 나쁘다 해서 철폐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목표이다. 그런데 법에 근거도 없는 지시나 압력은 규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악 중의 악이다. 규제를 없앤다는 정부가 더 사악한 수단인 압력으로 민간기업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이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하책 중의 하책이다.

경제위기는 이런 식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할 일을 일관성 있게 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하루 빨리 필요한 입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인들이 경제를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자기 할 일은 하지 않고 애꿎은 민간기업만 윽박지른다고 지금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 회복과 일관성이 더 중요

시장경제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정부가 시장경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을 이렇게 공공연히 자행하면 정부의 신뢰가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율배반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신뢰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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