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엉터리 성적 보고 파장이 일고 있는 전북 임실교육청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사전에 접한 뒤 "석연치 않다"며 신뢰도 의혹을 제기하고 재확인을 직접 지시했지만, 해당 교육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교과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임실교육청이 사안의 파장을 우려해 고의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학업성취도 평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관련기사 3면
교과부 관계자는 19일 "안 장관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직접 발표하기 사흘 전인 13일 임실 지역의 학업성취 수준을 보고받은 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제로라는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면서 추가 확인 조사를 담당 국장을 통해 임실교육청에 지시했지만 다음날 '학력부진아가 단 한명도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를 그대로 믿고 16일 "임실은 초등6학년 사회 과학 영어 등 3개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0%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내용의 이른바 '임실 신화'를 발표했었다.
교과부는 임실교육청이 장관 지시를 묵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임실교육청이 사전에 학력미달자 존재 사실을 알고도 숨겼을 가능성이 많다"며 "상부 지시를 고의적으로 어긴 것으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토론회'에 참석, 임실 사건과 관련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평가와 채점, 전산입력 과정 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와 관련, 다른 지역의 성적 오류 및 허위보고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렀던 전국 초ㆍ중ㆍ고교를 대상으로 3월말까지 평가 결과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는 신뢰도 의혹 해소 및 공정성 담보를 위한 대대적인 수술이 뒤따를 전망이다. 교과부는 채점 오류 시비를 없애기 위해 다른 학교 교사들이 채점을 맡는 '교차채점' 방식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임실 지역 전체 15개 초등학교 답안을 재조사한 결과, 기초학력 미달생이 당초 알려진 3명 외에 6명이 더 있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로써 임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모두 9명으로 늘었다. 장위현 임실교육장은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이날 사임했고, 학력미달 학생 숫자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임실교육청 박모 장학사는 직위해제됐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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