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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가족 김인순씨·양하은 '모녀의 올림픽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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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가족 김인순씨·양하은 '모녀의 올림픽 도전기'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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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여자탁구단 창단 멤버인 김인순(43)씨는 청소년대표팀을 거쳐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현정화 양영자 홍차옥 등에 밀려 꿈에도 그리던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지도 못한 채 실업 4년 만에 탁구계를 떠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꿈은 자연스레 잊혀지는 듯 했다.

김씨가 그 꿈을 되살린 것은 둘째 딸 양하은(15ㆍ군포 흥진고 입학 예정)을 통해서다. 집 근처 동사무소에서 탁구 강사로 뛰던 김씨는 딸 하은이가 다섯 살 때 처음으로 탁구 라켓을 쥐어줬더니 재능을 보이자 어머니, 코치, 매니저로서 1인3역을 마다 않고 발 벗고 나섰다.

그로부터 10년 뒤 양하은은 탁구계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 헝가리주니어오픈 3관왕으로 '반짝 주목'을 받더니 올해도 바레인주니어오픈 2관왕에 이어 최근 도하주니어오픈 3관왕을 차지하며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만 15세의 나이에 카데트 부문(15세 이하)이 아닌 주니어 부문(18세 이하)에 참가해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탁구계를 들뜨게 했다. 지난 19일 인천 서구 원당동 대한항공체육관에서 대를 이어 태극마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년간의 유랑 생활

마치 전국 각지를 떠도는 유랑극단과도 같았다. 양하은의 초등학교 시절 실력은 이미 또래 중 최고였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셋이서 천안 대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어요. 남자팀, 중등팀을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죠" 어머니가 연락책과 코치를 맡았고, 삼성전자 과장직을 과감히 내던진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았다. 주말 산행 등 체력 훈련 담당도 아버지의 몫이었다.

김씨는 현역시절 펜홀더였지만 딸은 셰이크핸드로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고개 숙여가며 배워서 딸에게 가르쳤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중국으로 단기 연수도 보냈다. 이런 생활은 2006년 1월 실업팀 대한항공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어머니도 2년 전부터 흥진고 코치를 맡게 되면서 지도자로 인정 받기 시작했다.

"극성이 심하다"는 주위의 시샘도 결국 실력으로 인정 받았다. 양하은은 2006년 종별선수권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고, 지난해 종별선수권과 회장기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 해 당당히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은 "당장 태극마크를 달기엔 부족한 점도 있지만 어리고 수비 능력이 탁월해 공격의 파워만 보강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모녀가 꾸는 태극마크의 꿈

양하은은 쟁쟁한 실업팀 언니들과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의 강훈련에도 힘든 내색 한번 할 줄 모른다. 역시 남들과 다르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 지 모르지만 사실 양하은도 가수 <비> 의 음악을 즐겨 듣고 드라마 <꽃보다 남자> 를 챙겨 보는 평범한 소녀다.

어찌 보면 5살짜리가 탁구에 재미를 붙인 이유도 단순했다. 처음엔 어른들이 "잘한다"고 귀여워해주는 데, 그 이후엔 전국대회 1위를 휩쓰는 데 맛들였다. 그러고 나니 경기에 지고 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승부욕이 붙었고, 어머니의 입버릇과 같던 '태극마크'의 꿈은 이제 딸의 가슴 속에서 소중히 자라고 있다.

일단 눈 앞의 목표는 내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유스올림픽에서 그의 라이벌 첸멍(중국)을 넘어서는 것. 2007년과 지난해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첸멍과 대결했다가 이렇다 할 반격 한번 못해보고 패했다.

하지만 언젠가 라이벌을 넘어 최고가 될 날을 꿈꾸고 있다. "사실 중국 선수는 1년에 1번 정도밖에 대결할 기회가 없어요. 중국 선수와 많이 겨뤄보고 부딪쳐보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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