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휴일인 22일 느닷없이 “내일을 국민소통의 날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산하 국민소통위가 경과보고 대회를 겸해 20명의 시민 패널과 국회 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갖고 네티즌들과 화상대화도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 소통의 부족한 부분을 오프라인을 통해 얘기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당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국민소통의 날’을 들여다보면 영 기분이 개운치 않게 된다. 무엇보다 진지함과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통(通) 하였느냐?’는 제목부터 그렇다. 케이블 E채널의 오락프로그램인 ‘조선 야동 통하였느냐’를 연상시킨다.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가면 ‘흥미진진한 육담(肉談)’ ‘코믹 에로 퓨전해학극’ 등의 헤드라인을 볼 수가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진지하게만 할 수는 없지만 ‘에로 버전’의 제목은 아니라고 본다.
이날 토론회도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본뜬 토크쇼 방식이라 한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는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이 역시 너무 가볍다. 그리고 무엇보다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벤트용으로 급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아쉽다.
당이 정말로 소통을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위에서 결정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홍보와 설득을 하겠다는 소통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먼저 국민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의미있는 제언과 비판이 있으면 정책에 반영하고, 그런 노력을 바탕으로 설득할 대목은 설득한다면, 국민들도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고성호 정치부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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