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기침체 속도가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 GM파산, 북한 미사일 문제 등 대외적 악재가 겹쳐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원ㆍ달러 환율은 전고점을 뚫을 기세고, 주가는 전저점 테스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리는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며 요주의 대상에 올랐다. 이번 위기로 트리플 약세(주가 하락, 원화가치ㆍ채권금리 상승)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언제쯤 회복할 것인지를 점검했다.
▲ 주가
아직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증시가 당분간 지루한 박스(1,000~1,200)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심리적 저항선(1,100)이 붕괴됐지만 기술적 마지노선(1,000)은 남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 위기의 파괴력이다. 일각에선 곧 해결될 것으로 보는 반면 한편에선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 켜켜이 쌓인 대내외 악재들은 만만치 않다. 동유럽의 금융위기, 미국의 GM 파산 가능성 및 은행 국유화 거론에 이어 환율 및 북한(지정학적 리스크)과의 관계마저 불안하다.
추가하락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아직은 박스 하단(1,000) 수성에 대한 믿음이 더 크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이 지난해와 다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무 상환 비상, 건설사의 부도 도미노 우려 등 작년 환율 상승이 내부적인 신용 위기였다면 최근엔 전적으로 동유럽의 금융위기 때문"이라며 "동유럽 사태는 결국 유럽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증시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도 아직은 관망세에 가깝다. 지난해 9~10월 두 달 만에 8조원 어치를 팔아치웠던 것과 달리 올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7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은 두 갈래(비관과 낙관)로 나뉘지만 핵심 요인(정책)은 아이러니 하게도 같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원래 안 좋았고, 그간 상승 폭도 다른 나라보다 높았기 때문에 잘못하면 900까지 밀릴 수도 있다"며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약효가 듣지 않아 상반기까지 의미 있는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스템 위기가 아닌 힘겨루기 양상(GM 및 월가 대 미 정부, 동유럽 대 서유럽)이라 결국 각국이 해결책을 모색해 파국은 모면하게 될 것"이라며 "위기는 이미 불거졌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테고 관련 정책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가 향후 주가 상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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