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의 인기를 실감하겠다. 그가 주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 소설이 최소 여섯 곳의 출판사에서 책으로 묶여 나왔다. 160여 분이라는 꽤 긴 상영 시간에 비해 원작은 장편 아닌 단편소설이다. 영화와 같은 제목의 책들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이다. 이렇게 여러 곳의 출판사가 한꺼번에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피츠제럴드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 이미 저작권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저작권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많은 출판사들이 경합을 벌여 로열티를 엄청나게 부풀려 놓았을 테니 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판권을 들여오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를 향한 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한다. 책을 책이 아닌 단순한 돈벌이로 여기는 풍조를 어처구니없어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을 것 같지 않은 책이 작년에도 몇 있었다.
아무튼 이 많은 '벤자민 버튼' 중에 독자들은 어떤 책을 택할 것인가. 혹시 벤자민 버튼이 아닌 브래드 피트만 보고 말 사람들도 더러 있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브래드 피트보다 책의 저자인 피츠제럴드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번쯤 실연 당하고 개츠비의 흉내를 내본 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오랜만에 개츠비처럼 담배 한 대 물고 싶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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