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한국 천주교 지도자이자 사회의 큰 어른으로 ‘모든 이들을 위하여’ 헌신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그가 평생 믿고 의지했던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 추기경 선종 닷새째인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 한승수 국무총리와 주한 외교사절, 신자 등 성당 안팎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추기경과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장례 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으로 집전한 장례 미사는 오전 10시 참석자들이 입당성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라’를 부르면서 엄숙하게 시작됐다. 미사는 성경의 지혜서와 요한의 서신, 마태오의 복음 등을 읽고 정 추기경의 강론을 듣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고별식 순으로 1시간 40분 가량 진행됐다.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어주었고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며 “사랑과 나눔을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주어 이 슬픈 상황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추모했다.
정 추기경은 고별식에서 “장례 미사에 모인 김 추기경의 친족과 모든 분에게 주님의 힘과 위로에 대한 보증으로서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보내드린다”는 교황의 위로 메시지를 대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대표인 한승수 총리가 대독한 고별사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큰 기둥이었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준 큰 어른인 김 추기경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김 추기경은 전 생애와 영면을 통해 당신이 참된 하느님의 사람이었음을 보여줬다”고 추도했고, 이어 천주교 주교단 대표 강우일 주교, 사제단 대표 최승룡 신부, 신자 대표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이 조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장례 미사 후 김 추기경의 관은 경기 용인의 천주교 성직자 묘역으로 운구됐으며, 오후 1시30분부터 정진석 추기경, 윤공희 대주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을 땅에 묻는 하관 예절이 진행됐다. 하관 예절은 흙을 관 위에 덮기까지 30분이 걸렸을 정도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김 추기경은 이제 영면에 들었다.
김 추기경은 1969년 한국의 첫 추기경으로 임명된 후 개발에 밀린 사람 등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섰으며 1970~80년대의 격동기에는 민주화운동을 후원한 사회의 큰 어른이었다. 30년간 봉직한 서울대교구장에서 1998년 은퇴한 그는 지난해 건강이 나빠져 입원 치료를 받던 중 16일 향년 87세로 선종했다.
김 추기경 선종 후 명동성당의 빈소를 찾은 신자와 일반 시민의 추모 행렬은 40만명에 달했으며, 각막 기증 소식에 장기 기증자가 줄을 잇는 등, 고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놀라운 사랑과 화해의 정신적 메시지를 주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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