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SBS 모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들의 스펙 쌓기 열풍’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스펙’은 취업 준비생들의 자격증, 각종 어학시험 성적 등 외부조건을 통칭하는 말인데,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까지 ‘스펙 쌓기’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자격증에 ‘토셀’이 꼽히고 있는데, 그럼 ‘토셀’ 이란 것이 무엇이고, 토셀 열풍이 왜 불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인터뷰 요청의 간략한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먼저, 초등학생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애쓰는 스펙쌓기와 토셀 열풍은 좀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들이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 토플, 토익을 응시했던 대부분의 초ㆍ중등 학생들이 이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개발된 토셀로 그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토셀 열풍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겠다.
이 토셀 열풍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토플과 토익을 응시할 때마다 해외로 유출되는 로열티가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렇다면 과연 이 토플과 토익이라는 시험을 굳이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이 응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실 토플과 토익은 성인을 위한 시험이다. 토플은 미국대학 진학을 위해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토익은 기업에서의 비즈니스 영어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일본 대장성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시험이다. 이 시험들은 모두 성인의 영어능력 측정을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성인들을 위해 개발된 이 시험을 대부분의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이 응시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해외 어느 나라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일어난 토플접수 대란까지 생각하면 아연할 따름이다.
한국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 이 시험에 난색을 표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토셀’이란 시험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일찍 1963년부터, 이미 일본 토종 영어 시험인 스텝(STEP)을 개발해 자국인의 영어능력 측정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STEP 응시자는 연간 300만 명을 넘어 토익을 제친 상태다. 일본은 토익의 첫 도입국이면서도 이제는 자국에서 만들어진 STEP을 훨씬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토플과 토익이 가져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예견하여 개발된 토셀은 EBS 한국교육방송공사가 주관하는 국내 토종 영어시험이다. 해외로 유출되는 수백억원의 로열티가 절감된다는 점,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성인은 성인대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레벨이 나뉘어져 있다는 점은 토셀의 매력으로 꼽힌다.
영어인증시험의 토착화가 이뤄지려면 초ㆍ중학생 수준의 문항은 아이들의 인지발달능력과 교과과정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또 내용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초ㆍ중학생들이‘시험’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하기 보다는 영어공부도 하고 스펙도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영어교육의 귀결점은 영어 평가이다. 우리나라의 영어평가는 그 동안 해외의 것에만 의존하는 사대주의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영어교육 또한 사대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토셀이 영어평가에 있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의미 있는 일이다. 작지만 영어 교육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어인증시험의 토착화, 한국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오승연 고려대 국제어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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