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스피드’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스피드를 주무기로 내세워 2회 연속 4강신화를 노린다.
‘김인식표 발야구’의 선봉에 설 대표주자는 이종욱 고영민(이상 두산) 정근우(SK) 이용규(KIA) 4명이다. 이들 4명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그린라이트’를 선사 받았다.
‘그린라이트’란 누상에 나선 주자가 감독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도루할 수 있는 권리를 지칭한다. 발이 빠르고 주루센스가 있어 도루성공율이 높은 선수들에게 부여된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20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파크에서 실시한 대표팀 훈련 도중 “이종욱 고영민 정근우 이용규는 뛰고 싶은 순간이 오면 그냥 뛰면 된다. 그 선수들에게는 오직 ‘지금은 뛰지 말라’는 웨이팅 사인만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 팀에서 무려 4명의 선수가 그린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이번 대표팀의 주무기는 단연 ‘스피드’인 셈이다.
김 감독은 이들 외에도 추신수(클리블랜드)가 25일 하와이에 도착하는 대로 몸상태를 살펴본 뒤 그린라이트군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한 박기혁(롯데) 이택근(히어로즈) 이진영(LG)도 상황에 따라 그린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여 최대 8명의 선수가 수시로 도루를 노리게 된다.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겸비한 재간꾼들이 많은 만큼 한국 대표팀은 상대편 마운드를 괴롭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린라이트를 받은 주자가 누상에 나갈 경우 도루사인이 노출되지 않아 상대 배터리는 더욱 혼란을 겪게 된다.
김 감독은 지난 2006년 1회 대회 때는 이종범(KIA)에게만 그린라이트를 줄 정도로 거포들의 ‘한 방’에 승부를 걸었었다. 그러나 이승엽(요미우리)과 김동주(두산), 최희섭(KIA) 등 거포들이 모두 빠지면서 대표팀은 ‘스피드’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대표팀은 유남호 KBO 기술위원이 준비 중인 전력분석 자료가 완성되는 대로 상대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정밀분석 할 예정이다.
김민호 대표팀 주루코치는 “투수의 고유한 견제 패턴과 버릇을 완전히 파악하면 와인드업 전에 스타트가 가능하다”며 “우리 선수들의 발놀림과 슬라이딩스피드 정도면 상대 포수가 쉽게 잡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호놀룰루(하와이)=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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