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 업계가 한국과 중국 등 해외 철강 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에 나설 움직임이다.
세계 경제가 유례가 드문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또 다른 보복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를 불러 일으켜 각국간의 치열한 무역분쟁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S스틸, 뉴코, AK스틸 등 미국의 주요 철강 업체들이 4월에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해외 기업을 불공정 혐의로 미국 정부에 제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해외 기업이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거나, 미국 시장에서 덤핑을 하고 있는지를 미국 철강 업체가 조사하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철강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의 철강 기업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경기부양조치에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제품 사용)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철강의 경우 공공 분야에서만 이 규정이 적용된다”며 “나머지 75%를 차지하는 민간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 기업들이 덤핑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미 철강 업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철강 업체가 해외 기업을 상대로 불공정 혐의로 제소에 나설 경우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의외로 높은 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의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수입품의 덤핑 행위로 매출이 감소한 사실이 인정되면 회원국 정부가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법률회사 시들리 오스틴의 통상 전문가 리처드 와이너는 “올해 1분기의 미국의 철강 거래 현황을 분석하면 수입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덤핑을 하고 있거나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증거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철강 업체의 제소를 받아들이면 10월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해외 철강 제품의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은 두 배 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경기 침체기에 각국 정부에 제기된 반덤핑 제소의 60%가 받아 들여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철강 기업의 반덤핑 제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국제 기구 제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철강협회의 샨샹화 사무총장은“미국 정부가 중국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할 경우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국가의 보복 관세는 다른 국가의 추가적인 보복 관세를 불러 왔다”며 “글로벌 경제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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