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전 세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빛나고 있는 두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와 중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09년 인도 경제성장률을 5.1%, 중국 6.7%로 각각 전망했다. 인도 중국과 함께 신흥국 선두주자 브릭스(BRICs) 국가로 각광받던 브라질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까지 떨어지고,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 평균은 3.3%, 미국 –1.6%, 유로지역 –2.0%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수치다.
왜 인도와 중국만이 전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비교적 순탄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일까?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두 나라에서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산층에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인도는 현재 전체 인구 중 중산층은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2015년에는 20%, 2025년에는 인구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즉 소수의 빈곤층을 제외하면 다수가 중산층 후보군인 셈이다.
인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산층 후보군’은 아직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별로 없다. 때문에 주로 대부분의 돈을 식료품 등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쓰게 된다. 이런 소비형태가 역설적으로 주가 폭락 등 전세계적 금융위기로부터 이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 게다가 이미 중산층에 진입한 계층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의 바람을 타고 지갑을 열어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지난 1월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2%나 늘어나기도 했다.
내수 중심의 인도 경제도 안정적인 경제 성장의 이유 중 하나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에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2.5%로 중국이나 유럽연합의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가 미치는 충격이 적고, 인도 기업들은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내수 소비만 충족시켜 오면 된다.
게다가 내수 중심의 경제와 소비를 뒷받침하는 중산층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엄청난 잠재 고객이 될 것이다.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부를 갖춘 중산층 사회인 샤오캉(小康)을 2020년까지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도 중산층의 힘으로 경기침체를 이겨내고 있다.
중산층의 문턱을 최소 연간소득 3,900달러(약550만원)로 삼을 경우 중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인구는 1980년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로 증가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추산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성장하는 중산층은 기업들에게 엄청난 잠재 고객이다.
중국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이들 중산층의 구매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IMF도 중국이 신흥개발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MIT 빈곤대처연구소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산층이 시장 경제의 중추가 될 것이며, 중산층이 바로 경제위기로부터 세계를 구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HSBC도 “중산층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소비에 힘입어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먼저 세계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탄한 중산층 육성이 향후 국가 최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교훈이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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