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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색 뉴딜'의 올바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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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색 뉴딜'의 올바른 방향

입력
2009.02.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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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와 함께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5개년 계획이 서둘러 수립되고 '녹색성장기본법'도 다음 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녹색성장비전'이 처음 제시된 것에 비춰, 다른 어떤 정책보다 빠른 진행이다.

녹색사회로의 구조전환을

녹색성장 개념은 1980년대 독일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생태적 현대화(ecological modernization)'가 그 뿌리이다. 신기술 개발에 기초한 체계적인 환경 혁신과 그 혁신 효과의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생태적 현대화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하나는 기술개발을 통한 효율성 향상에만 의존해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생태적 현대화로 기득권을 잃게 되는 계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첫번째 문제와 관련해 'N-커브의 딜레마' 이론이 있다. 환경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하나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더라도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개선효과는 사라지고 오염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예로 촉매기술이나 에너지 효율 기술의 발달로 자동차 배기가스가 줄어든다 해도 자동차 보급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 결국 배기가스 총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역시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환경기술의 개발과 적용에도 불구하고 오염의 정도와 해결 비용은 N자가 이어지면서 커지는 모양을 나타내게 된다.

실제로 1차 석유위기가 발생한 1973년부터 85년까지 일본 산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와 원자재 사용량을 절감하는 효율성 향상을 달성했지만, 같은 기간의 급격한 산업성장으로 인해 그 효과는 모두 상쇄되고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였다. 따라서 녹색성장위원회가 밝힌 녹색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효과를 무효화하는 양적 성장을 해결할 녹색사회로의 근본적인 구조전환이 절실하다.

생태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전환은 또한 기존 산업구조의 수익자들에게는 손실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강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정부가 이 규정의 시행을 스스로 포기한 상태이다.

이런 기득권 집단의 저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참여자들이 녹색사회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시장의 이익을 재구성하는 산업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명한 규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 역시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계획은 과연 어떠한가? 생태적 구조전환은커녕 이른바 '그린 뉴딜' 예산 50조원의 78%가 토목업에 집중돼 있다.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2012년까지 겨우 3조원에 불과하다.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핵 발전을 대폭 확대하고 이참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까지 세울 계획이다. 전국의 자전거 생활권화도 결국 인천에서 남해안을 돌아 동해까지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건설 구상이다.

또한 말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겠다면서 아직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조차 정하지 않았다. 필수적인 지속 가능한 산업구조개편안은 없고, 경제적 효율성과 성장만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개발 조치들이 난무할 뿐이다.

진정성과 과감한 소통 절실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시작부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부의 인식 변화와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역사의 전환점으로 삼을만한 비전임이 분명하다. 미래사회로 수십 걸음 앞서간 생태적 현대사회의 사례들이 보여준 성과와 과제를 되새기며 이제라도 비판의 목소리와 과감하게 소통하기 바란다.

임성진 전주대 사회과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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