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잠시의 일탈.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서 신선한 충격을 얻는 과정이다.
몇 년간 여행ㆍ레저를 담당해온 기자에게 가장 이색적인 경험이 뭐냐 묻는다면 열기구를 타고 오른 하늘길과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을 꼽겠다. 그 둘은 분명 색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열기구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상, 즉 시야를 달리해 만나는 지상의 모습에 감명받는 것이라면, 스쿠버다이빙은 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물속의 세상을 만나는 길이다.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 그 또다른 지구를 탐험하는 방법이다.
물 속에서 몸은 우주인이 돼 무중력 상태로 유영하듯 흐느적거리고, 귀는 물의 소리로 먹먹하다. 산호와 해초가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유혹하는 진정 색다른 세상. 그래서 스쿠버다이빙에 한번 맛들이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번에 선택한 신비한 용궁 탐험 코스는 사이판의 바다다. 맑은 물과 휘황한 산호와 열대어, 눈부시도록 하얀 모랫바닥 등 사이판의 바다는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다. 스쿠버다이빙은 물 좋은 사이판의 바다를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이판 현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DPIS(www.scuba21c.com)를 노크했다. 다른 곳에서 세 번 다이빙을 해 봤는데 이번엔 좀더 난이도 높은 다이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 10대 다이빙포인트에 든다는 '그로토'란 곳에 들어가 볼 수 없냐는 질문에 강사인 권성훈씨는 "그곳은 경험이 많고 중급 실력 이상이 돼야 갈 수 있는 곳"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바다 동굴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긴급 상황 시 일반 포인트는 바로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지만, 그로토는 동굴 안이라 수면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대신 찾아간 곳은 라우라우비치다. 해변은 한산했다. 다이빙슈트로 갈아입고 장비를 메고는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발목 깊이의 수심으로 한 20m 딱딱한 바닥을 걸어 들어가니 갑자기 바다가 푹 꺼졌다. 이제부터 본격 다이빙이다.
설치된 밧줄을 잡고 한발 두발 물속으로 들어갔다. 바닥의 하얀 모래에 반사된 빛으로 시야는 환했다. 7,8m 곧장 내려간 다음 바닥으로 길게 연결된 밧줄을 따라 유영을 시작했다.
오랜만의 다이빙이라 몸은 굳었고, 밧줄을 잡은 손에만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긴장 탓일까. 한참이 지나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머리 위를 올려다 보니 찬란한 산호와 열대어들이 가득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조금 더 산호 군락을 감상하다 보니 설치된 밧줄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유영이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밧줄에도 의지하지 않고 물속 한가운데서 오로지 내 몸뚱이 하나로 헤엄쳐 간다. 수영 실력은 형편없는데 신기하게도 몸은 쉽게 물에 적응했다. 한 마리 둔중한 물고기가 되어 날렵한 물고기 떼를 쫓겠다고 오리발에 잔뜩 힘을 주었다.
저편에서 다이버 둘이서 가만히 물 속을 응시하고 있다. 바다거북이었다. 저 거북의 꼬리를 잡고 따라가면 용궁으로 안내하려나.
라우라우 비치 아래에는 2차대전 때 사용하던 송유관이 남아 있다. 허벅지 두께의 쇠파이프는 지금은 녹슬고 끊어져 있는 상태. 긴 시간이 흘러 그 파이프엔 산호가 달라붙었고 물고기가 집을 지었다.
송유관은 다이버들에게 물 속의 이정표 역할도 한다. 송유관을 따라 뭍으로 돌아오는 길. 한 무리 정어리떼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군무를 추고 있다. 천수만의 가창오리마냥 그 무리는 흩어지지도 않고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회오리 치며 올랐다가 하트 모양을 그리더니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모양을 지으며 유혹했다. 사이판 바다의 찬란한 희롱이다.
스쿠버다이빙은 생각보다 쉽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담력과 운동신경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다이버들의 설명이다. 그래도 무서워 꺼려진다면 물 속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시 워킹'을 추천한다.
머리 위에 공기가 들어오는 유리관을 쓰고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상에서처럼 호흡이 자유로워 한결 부담이 없다. 사이판의 시워킹은 마나가하 섬에서 이용할 수 있다. 체험 스쿠버다이빙은 1인 80~100달러, 시워킹은 80달러다. 마리아나관광청 www.mymariana.co.kr
사이판=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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