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양국이 3월 초 실시하는 연례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ㆍ독수리 연습' 기간을 지난해 6일에서 12일로 늘려 잡았다고 한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 움직임에 대한 군사적 경고로 풀이된다. 미군쪽에서만 핵 잠수함 등 막강한 항공모함 전단과 주한미군 및 증원군 2만6,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기간을 갑자기 2배로 늘린 것은 전례가 없다. 그만큼 단호한 도발억지 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반길 만하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긴장 고조를 꾀하는 북한을 오히려 돕는 것은 아닌지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선제 타격을 위한 전쟁연습'이라며 핵과 미사일 등 '자위수단' 개발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도 "조선인민군이 전쟁 도발에 대처하는 자위조치를 강구하는 데로 떼밀고 있다"는 식의 비난을 되풀이했다. 상투적 선전이지만, 지금처럼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논란을 여느 때보다 부각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와 미국은 유사시 미군 증강과 가상 적 후방 강습상륙훈련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해ㆍ공ㆍ지상군 합동연습을 '방어훈련'으로 못박고 있다. 훈련계획도 미리 북한에 통보한다. 그러나 북한은 1970~80년대 '팀스피리트 연습' 때부터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 상륙훈련에 공포심을 내보였다. 줄기차게 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이 94년 이를 수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ㆍ미 양국은 북핵 위협이 커진 2000년 '팀스피리트' 규모 훈련을 재개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 등 주변환경이 달라진 마당에도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과장되게 반발하는 것은 안팎으로 긴장을 높이는 데 안성맞춤인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를 강행, 체제 결속을 다지고 대미 협상에 이용하려는 책략이다. 이에 맞서 강력한 미군 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장기간 추가 배치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국가신용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부추길 우려도 크다. 실제 어떤 가능성이 더 클지,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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