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판교 빈도시'/ 어린이집·학원·상점 없이 아파트만 '썰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판교 빈도시'/ 어린이집·학원·상점 없이 아파트만 '썰렁'

입력
2009.02.22 23:59
0 0

19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서판교. 덤프트럭과 각종 공사 차량들이 쉼 없이 오가면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외벽을 산뜻하게 채색한 아파트들이 공사현장 사이로 섬처럼 박혀있다. 입주가 시작된 이들 아파트는 외벽에 '입주를 축하한다'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을씨년스러울 뿐이다.

판교신도시가 입주를 시작한지 5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거지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생활편의시설은 슈퍼 1개가 전부고 아이들을 돌봐줄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전무해 맞벌이부부는 입주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서울에 살던 박모(38)씨는 지난 주말 부푼 희망을 품고 H아파트에 입주했다가 이사 5일만에 짐을 싸 들고 다시 서울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집만 지어졌지 생활 여건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화문으로 출퇴근 하는 버스가 신설됐다고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였다. 다른 노선 버스들도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성남시 담당자에게 광역버스 운행이 언제부터 재개되냐 물어도 '적자가 나면 시나 도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근거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면서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서현역에 가서 광역버스를 타는 고역을 견디다 결국 다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앞에 문 연 가게라곤 부동산 3곳과 인테리어가게 1곳, 그리고 작은 슈퍼 뿐이다. 그나마 슈퍼는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밤에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멀리 분당까지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이처럼 미비한 생활여건 때문에 입주가 시작된 판교 7개 단지(3,116가구)에는 지금까지 354가구만 입주했다. 입주율은 고작 11%. 대광 로제비앙 만이 21%를 넘겼을 뿐 나머지 단지는 8∼16%의 저조한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입주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나 학원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미취학 아동이면 불편을 감수하고 분당에라도 맡길 텐데 초ㆍ중학생의 경우는 학원이 없으니 달리 대책이 없다. 더구나 요즘 차량을 이용한 범죄로 불안감이 커져 아이 혼자 버스를 타게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판교 E아파트 입주예정자 강모(44)씨는 "중ㆍ고생 아이들이 있는데 생활불편을 감수하고 입주할 이유가 없어 전세를 줄 생각"이라면서 "성남시나 주택공사는 입주초기 불편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입주민 입장에서는 왜 당연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인한 소음문제도 심각하다. 지난달 말 고속도로와 불과 30여m 떨어진 H아파트 105동에 입주한 김상덕(45)씨는 며칠간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리창이라도 열면 다가올 여름이 걱정될 정도로 소음이 심각하다. 김씨는 그나마 고속도로 보다 낮은 13층에 산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영곤(44)씨는 "밤이나 낮이나 자동차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특히 밤에는 차량 소음이 1㎞ 가까이 떨어져 있는 운중동주민센터까지 들릴 정도지만 국토해양부는 해당 구간 교량이 노후해 방음벽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고속도로 난간이 낮고 허술하다며 아파트 뒤쪽, 고속도로 아래에 만든 산책로 이용을 꺼리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