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암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새 주식ㆍ원화가치ㆍ채권값이 모조리 폭락(트리플 약세)하고 신용위험마저 급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이어, 6개월만에 2차 금융위기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환율은 7일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12.5원 오른 1,468원까지 치솟았다. 두 달 반 만에 최고치이자, 7일간 상승폭은 무려 87원에 달한다.
코스피지수도 14포인트(1.24%) 내려 1,113.19로 마감됐다. 특히 외국인들은 최근 7일간 무려 1조1,627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의 공포를 다시 키웠다. 채권값도 폭락,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금주에만 0.28%포인트 올랐다.
현재 시장에는 작년 리만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많은 대내외 악재가 뒤엉켜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선 우선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발 1차 위기에 이은 유럽발 2차 금융위기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가능성과 이로 인한 금융부실 증대도 시장 불안심리를 극대화 시키는 요인이다.
국내에선 북한의 미사일발사 문제가 한국의 고질적인 ‘안보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 3월말 외국인 채권투자자 특히 일본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외환대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3월 위기설’ 역시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 불안한 시장정서 속에 점점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신용위험 지표인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는 추세다. 한 달전 2%대 중반에 머물던 CDS프리미엄은 17일 현재 4% 넘어섰다.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0월말(6.99%)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금융권에선 그 상승곡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리먼’같은 초대형악재가 없는 만큼, 금융위기 재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위기정도를 떠나 만연한 불안심리가 패닉으로 번질 경우 환율 1,500원선 돌파나 주가 1,000선 붕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이 경우, 실물경제의 동반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최근 상황은 금융위기가 실물을 거쳐 다시 금융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조”라며 “굳이 대형악재가 터지지 않더라도 불안이 위기를 키우는 악순환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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