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87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선종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추기경께서는 노환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으셨다"고 애도했다.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최종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이라고 밝히고 "추기경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위에 '고맙다'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입원한 뒤 한 때 호흡 곤란으로 위중설이 돌았으나 선종 순간까지 스스로 호흡하고 말씀한 것으로 전해졌다.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했다. 1969년 교황 바오로6세 때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됐으며,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은퇴했다.
고인은 추기경 취임 일성으로 "가난하면서도 봉사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 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을 말했다. 1968년 2월 '사회정의와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주교단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대 사회 발언에 나선 데 이어, 1971년 성탄 자정 미사에서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강론을 한 것을 시작으로 유신독재와 싸웠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는 권력에 맞선 보루로 명동성당을 지켜내는 등 이 땅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고인이 1989년 사후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데 따라 병원은 고인의 안구 적출수술을 하고 2명에게 기증할 예정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오후 10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으로 고인을 모시고 정진석 추기경 집전으로 안치예절을 했다. 장례미사는 20일 오전 10시 치러지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이다.
◆ 교황 "깊은 슬픔" 애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교황청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에게 보낸 전보에서 "김 추기경의 선종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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