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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시인 신달자, 그분은 지금 우리 옆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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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시인 신달자, 그분은 지금 우리 옆에 계십니다

입력
2009.02.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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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왜 하필이면 이 어려운 시대에 돌아가십니까. 세상이 어지럽고 사람들은 아프고 외로운 시대에 왜 당신이 눈을 감으십니까. 사람들은 오늘 아니면 내일 추기경님을 찾아 뵙기로 마음의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달을 견디고 두 달을 견디면서 마지막으로 추기경님을 찾아 뵙고 그 편안한 웃음과 미소, 그리고 "괜찮아"라는 한마디 말씀을 해 주실 것을 마음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우리가 추기경님을 찾아가 "어떻게 살면 되겠습니까?" 하고 마지막으로 비통함과 절망을 견디며 질문하고 싶은 때가 추기경님, 바로 지금입니다. 바로 지금 당신이 눈을 감으시면 우리의 마지막 통곡을 엎질러 진심으로 울 데가 어디인지 우리는 지금 막막합니다.

그렇습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입니까. 추기경님이 병원에 오래 계셨지만 한 번 찾아 뵙는 일조차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희망이었습니다. 채소 하나를 거두어도 제일 좋은 것을 추기경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과일 하나를 추수해도 제일 좋은 것을 추기경님께 드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맛있는 감자 하나를 먹을 때도 이것을 드시면 우리 추기경님 힘이 나시지 않을까 궁리하고 또 궁리하였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한 번쯤 다가가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육신의 위로요, 정신의 위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추기경님을 뵙기만 해도 우리의 곪은 상처에 새 살이 돋기라도 하듯 상상할 수 없는 감동의 치유로 우리를 웃게 하시며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우리는 아프지 않았습니다. 경제며 인간성이 거덜이 났는데도 왜 당신을 만나면 육체의 전쟁이 사라지고 정신의 평화가 왔는지, 그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추기경님으로부터 얻었던 손에 잡히거나 느꼈던 기적은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뿐입니까. 혼란의 시대를 걸어 오면서 예민했던 정치적 상황에서조차 가장 적절하고 가장 필요했던 말씀으로 철골처럼 긴장했던 정치의 어깨를 부드럽게 풀었던 분이 아닙니까. 삐걱거리는 정치와 거미줄처럼 얽혀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의 사회적 문제 앞에서도 추기경님은 아주 조용히 미소와 엄격함이 잘 어우러진, 바로 그 정신을 보여 사회의 난고를 풀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종교의 힘이라기보다 그 종교에 얼마나 자신을 제대로 지켜왔는가 하는 인간적 존경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당신이 필요합니다. 네 네, 지금 말입니다. 병원에서 절망적인 말을 들은 사람, 바로 어제 임대가게를 철수한 사람, 가족의 파산, 배신, 절망, 불투명한 미래로 주저앉아 영혼이 까맣게 타는 사람들이 이제 막 용기를 내어 당신을 찾아가 마지막 희망을 선물 받고 싶어했는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당신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찾아가야지라는 마음의 약속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희망의 잔고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마음의 감옥 속에서 정신의 감옥 속에서 외롭게 뒤틀린 우리들의 영혼 속에 당신은 아무런 보상 없이 하늘에서 내리는 태양 그 자체의 존재였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강론에서 주먹을 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어 하느님이 주려고 해도 우리가 받을 손이 없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천둥처럼 저의 머리를 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눔이고 그것이 늘 말씀하시던 사랑의 중요한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추기경님은 눈을 감으셨네요. 이 이승을 떠나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는 압니다. 아직도 당신은 바로 우리 옆에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미소, 당신의 유머, 당신의 엄격하신 판단의 형형한 눈빛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당신은 아주 낮은 곳에서 묵묵히 사신 충직한 하느님의 한 마리 소였습니다. 추기경님의 큰 두 귀가 왜 저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어 지키는 헌신적인 소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당신의 워낭소리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원히 듣고 지킬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우리 옆에 계십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흐릅니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신달자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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