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노인성 질환을 같은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특히 치매와 파킨슨병 같이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퇴행성 질환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두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전혀 다른 질환이다. 따라서 이 같은 병이 의심되면 조기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치매
나이가 들면 뇌도 함께 늙는다. 우리나라 치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나이 들면서 뇌세포가 급격히 죽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인데 예방이 최선이다.
뇌세포 노화를 막으려면 꾸준히 뇌활동을 해야 한다. 많이 읽고, 씹고, 움직여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운동은 뇌활동을 늘릴 뿐만 아니라 비만과 고혈압, 혈관성 치매도 막을 수 있다.
치매는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는 병이 아니다. 사전에 분명한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 따라서 몸의 신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치매도 극복할 수 있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치매는 크게 기억장애, 언어장애, 방향감각상실, 계산력 저하, 성격ㆍ감정변화 증상을 보인다"며 "이런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않고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달리 기억력이 좋기도 하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단지 일시적으로 계산능력이 떨어지거나 순간적으로 단어가 기억 나지 않는 가벼운 증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치매가 진행될 때 조기 발견하면 초기에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엔 다양한 검사와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뇌 속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찾거나 혈액검사로 치매를 예견하는 방법이 그 예다.
또한 간단한 문답형 검사로 1차적인 치매를 파악하는 치매선별검사(MMSE)와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로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ㆍMCI)를 진단할 수도 있다.
■ 파킨슨병
치매와 함께 난치성 노인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슨 파킨슨이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굳는 이 질환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흔히 50대 중반~60대 중반에 많이 발생하지만 40대 이전에 발병하기도 한다. 10만 명당 200명 정도가 이 병에 걸리고 남자에게서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대체로 서서히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초기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도 하지만, 병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초기 증세로는 떨림과 전신 쇠약감, 피로감, 글씨가 변하거나(점차 작아짐), 목소리가 변하고(부드러워지거나 다소 쉰듯하게), 얼굴 표정이 없어지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고(의자에서 일어서기, 차나 욕조에서 일어나기), 잘 걸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언어장애나 배뇨장애, 기억력장애 등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치매와 혼동한다. 특히 몸이 굳어지면서 환자 스스로 보행이 어려워지고 균형장애나 인지장애가 생겨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치매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치료법도 다르다. 파킨슨병의 경우 치매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 달리 도파민성 약을 투여하면 운동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다.
■ 노인성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병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우울증이 방치되어 실제 치매로 악화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배우자 사망이나 만성질환으로 오는 통증, 경제 문제 등 여러 가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노인인구 중 15% 정도가 우울증을 앓는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 중 5~10%가 앓고 있다. 최근 고령층 자살률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느끼기 보다는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말수와 체중이 줄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치매와 흡사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노인 환자가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로 생각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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