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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9> 두 바퀴로 선진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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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9> 두 바퀴로 선진국 가자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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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박모(42) 차장은 자전거를 타고 종로구 중학동의 회사까지 출근한다. 다소 먼 거리지만 직접 페달을 밟아 움직일 수 있고, 피곤할 땐 전기 스쿠터처럼 이용할 수도 있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라 큰 부담이 없다.

배터리는 집에서 전기 코드만 꽂아 놓으면 금세 충전된다. 자동차 사이를 곡예 하듯 목숨을 내 놓고 다녀야 했던 예전과는 달리 자전거 전용 차로를 따라가니 안심이다.

회사에 도착해 보관대에 자전거를 세우면서 보니 '그린오피스'로 바뀐 청와대를 견학 온 단체 학생들이 길 건너에 가득하다. 청와대는 2년 전 '사무실의 녹색화'를 선도하기 위해 본관과 춘추관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조명은 에너지 소비가 적은 발광다이오드(LED)로, 유리ㆍ창호ㆍ단열재도 모두 고효율 제품으로 바꿨다. 사용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확 줄었다.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청와대를 코 앞에 두고도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박 차장은 오늘 퇴근 후 가족들과 청와대에 가 볼 생각이다.

아내 안모(39)씨는 남편을 만나러 가던 길에 '저탄소 그린백화점'에서 큰 맘 먹고 남편의 선글라스를 샀다. 그간 친환경 자연채광 인테리어를 도입한 이 곳을 이용할 때마다 주로 '그린 라벨'이 붙은 상품을 구매, '그린 마일리지'를 쌓은 덕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선심을 쓰게 된 것이다.

2010년 서머타임제가 시행된 이후 남편의 퇴근 시간이 빨라져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난 게 안씨는 가장 반가운 일이다.

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의 주요 안건들을 바탕으로 3년 후의 생활상을 구성해 본 시나리오이다.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 몇 년 후면 우리의 일상사가 될 풍속도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녹색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세계 일류의 녹색 선진국 건설'을 녹색성장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지속발전 정책을 통합ㆍ총괄하는 세계 최초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국을 하나의 자전거 생활권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까지 1조2,456억원을 투자,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와 법규를 '사람-자전거-자동차' 순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 하나만으로 전국 어디서나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 시스템은 물론 어디서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 시스템도 확대된다.

지식경제부가 주축이 돼 추진될 녹색 혁명을 위한 4대 국민동참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먼저 올해 안에 공공부문에서 백열전구가 모두 퇴출되고 LED 조명으로 교체된다.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정보기술(IT)을 활용, 공급자와 사용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을 일컫는 지능형 전력망은 세탁기를 전기 요금이 싼 심야에 자동으로 동작시키는 게 가능하다. 사무실 녹색화와 서머타임제 도입도 녹색 생활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녹색 혁명에는 파급력이 큰 유통업체들의 큰 몫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이미 가격보다는 얼마나 저탄소 녹색 제품인지를 기준으로 구매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녹색 제품을 살 때 포인트를 더 줘 의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위기, 국내ㆍ외 경제위기 등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그린 뉴딜"이라며 "산업의 녹색화에 이어 이젠 의식과 생활의 녹색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 산업계 73% "녹색뉴딜 경제 활성화에 도움"

일반 국민의 57%, 산업계의 73%가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과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8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만19세 이상 전국의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와 지난달 중순 전경련 회원사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녹색뉴딜 정책이 한국경제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민의 56.9%(매우 긍정적 10.5%, 긍정적 46.4%), 산업계의 72.6%(매우 긍정적 10.7%, 긍정적 61.9%)가 旋ㅐ岵繭箚?답했다.

특히 전경련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기업의 41.4%가 녹색뉴딜 관련 투자에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녹색뉴딜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사업의 구체적인 타당성이 사전에 철저히 조사(일반국민 20.6%, 산업계 25.2%)되고, 실행 계획이 내실있게 수립돼야 한다(일반국민 34.1%, 산업계 22.7%)는 주문이 많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정책이 미래의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국민의 72.6%, 기업의 85.4%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신성장동력과 관련,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녹색산업 분야의 신재생에너지, 지능형자동차와 선박, 첨단융합산업 분야의 정보기술(IT) 융합제품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김상협 녹색성장기획 공동단장 인터뷰 "녹색산업, 경기부양 효과"

"녹색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넘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김상협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 겸 녹색성장기획 공동단장은 18일 "주요 선진국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녹색산업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등에서는 한국이 녹색산업을 통해 재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김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수석 산하 미래비전비서관실을 이끌면서 동시에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도 주도하고 있어 청와대 내에선 '녹색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녹색산업의 성장구도가 본 궤도에 오르면 국민들이 교통과 주택 등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제품을 만드는 녹색 기업에게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해줘 국민이 자연스레 녹색 제품을 선호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일자리 창출에 대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당장 28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청년 일자리도 급하지만 가장들이 더 급하기에 단순 건설직이라도 이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면서 "설계와 운영, 관련 시설 및 주변 상권 형성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도 자연 급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등을 담은 녹색성장 기본법이 자칫 일선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온실가스 총량제한과 배출권 거래제도 등의 기준을 만들되, 당장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부분은 국가 경쟁력과 국제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적절히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녹색산업과 관련해 정부 부처간 업무가 중복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에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각 부처의 국장급이 모인 곳이 녹색성장기획단이고, 여기서 교통정리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부처간 이견조정이 원래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사안별로 총의를 모아 하나씩 해결해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 비서관은 "정부가 녹색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면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오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산업계의 지각 변동, 이른바 '그린 빅뱅'을 선도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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