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옆에서 28년 가까이 반전반핵 1인시위를 벌어온 윌리엄 토머스 홀런백이 지난달 타계한 사실이 15일 뒤늦게 밝혀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전한 부음에 따르면 홀런백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23일 폐렴으로 61세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뉴욕주 태리타운 출신인 홀런백은 1980년 워싱턴으로 와 비폭력사회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다음해 6월부터 백악관 맞은편 라파옛 공원에서 '전쟁 반대'와 '핵무기 전면폐기'를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벌여 왔다. 미국에서 최장기 반전운동가로 통하는 홀런백은 우산과 방수천으로 만든 천막을 ‘파수꾼 초소’라고 불렀다.
홀런백은 수십번의 체포와 여러 차례의 투옥에도 불구, 반전운동을 지속해 '대통령에 제일 가깝게 있는 이웃'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홀런백은 국내외 유명 반전활동가 및 반핵단체 등과도 폭넓은 교류를 가졌다. 홀런백이 라파옛 공원을 '평화공원'으로 탈바꿈시키자 관광객들이 몰렸고 기자들도 자주 찾아와 말총머리에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그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생전에 홀런백은 워싱턴포스트에 "많은 사람이 내가 미쳤다고 여기고 있어서 나도 제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자신이 헤로인 중독자였고 뉴욕과 이집트에서 수감생활을 한 전과자인 사실을 고백하고 뉴멕시코주에서는 보석세공업체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 위해 여권을 런던 탬스강에 버린 홀런백은 1980년 영국 당국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비폭력단체 CCNTV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다가 이 같은 활동을 영구적으로 하기로 결심, 1981년 6월3일부터 1인시위에 들어갔다. 몇달 후 스페인 태생의 여성 평화운동가 콘셉시온 피시오토(64)가 반전농성에 합류했다.
그는 "피시오토는 나를 믿었고 나도 세상에서 피시오토를 믿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두 사람은 서로 의지했다. 홀런백의 부인 엘런(62)은 "남편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공약한 오마바 대통령에 희망을 품었는데 미군의 귀환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아쉽다"고 말했다.
홀런백의 유지를 받들어 라파옛 공원에서는 14일에도 동료들에 의한 '천막 시위'가 계속됐다. 그는 1996년 5월 글을 통해 "때로 파수 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만 세계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세계가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도록 애를 쓰는 게 더욱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