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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한국현대문학사' 낸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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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한국현대문학사' 낸 문학비평가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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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세기 사람으로, 21세기 사람들에게는, 말하자면 '유령'입니다. 유령이 되어 21세기 사람들에게 그 고약한 20세기가 어떠했던가, 그때 문학을 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던가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문학비평가 김윤식(73)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 평론집 <내가 살아온 한국현대문학사> (문학과지성사 발행)에서 '근대'를 화두로 그것이 한국문학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의 문제를 놓고 씨름해온 자신의 긴 학문적 여정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한국 근대문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때인 1960년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실로 아득했다."

근대의 해명은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지상명제에 복무하고 있던 당시 우리 인문학계의 공동과제였고, 청년 국문학도 김윤식은 이내 4가지 요소를 석명(釋明)하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그것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근대의 보편요소인 '국민국가 형성'과 '자본제 생산양식'이 그 두 가지 요소라면, 한국 근대사의 특수성인 '반제 투쟁'과 '반자본제 생산양식'이 나머지 두 가지였다.

김 교수는 근대서양정치사와 경제학사 공부에 8년, 그리고 한국근현대사와 한국경제사 공부에 8년 등 모두 16년의 기초설계 끝에 한국 근대문학 연구의 틀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보였던 한국근대문학 담론이란 기실 문학과 교직하는 이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에 방점을 찍느냐에 달려있었다는 것이다.

2006년을 전후해 쓴 10여 편의 논문과 대담을 추려 모은 김 교수의 이번 평론집에는 이런 기초설계에 바탕한 그의 다양한 학문적 관심사를 반영하는 글들이 묶여있다.

일제말부터 해방 직전까지 조선어와 일본어라는 '이중적 글쓰기의 공간'에 맞닥뜨린 우리 문인들의 자의식을 다룬 글, 소설가 황석영 박영한 안정효 방현석 등의 문학에서의 베트남전 체험을 다룬 논문, 이청준 김현 김종삼 김춘수 등에 대한 애정어린 비평글 등이다.

평론집 표지 사진은 왼손으로는 원고지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펜을 꼭 그러쥔 그의 손을 포착하고 있다. 첫 저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 (1973) 이래 40여년 세월 동안 100권이 넘는 저작을 쏟아낸 그는 지금도 월간 '문학사상'에 월평을, 계간 '문학의 문학'에 '문학사의 라이벌'을 연재 중이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 읽기와 규칙적인 글쓰기는 그가 평생 거르지 않고 해온 일이다. "젊은 세대가 문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알려면 작품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공부이지요." 그의 '성실한 손'은 우리문학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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