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전국학력조사를 처음 실시한 것은 1961년이다. 이후 일본 전역은 시험 경쟁으로 달아올랐다. 성적 올리려고 모의시험을 치르는 학교가, 답을 가르쳐주는 교사가 나왔다.
성적이 낮은 학생은 시험일에 아예 등교를 못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었다. 시험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 시험은 결국 4년 만에 표본조사로 바뀌었다.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면서 문부과학성이 2년 전에 전국학력조사를 부활했다. 하지만 문부성은 시험 결과를 제공하면서도 과열 경쟁을 우려해 ‘기초 자치단체 이름이나 학교를 알 수 있도록 공표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일부 자치단체장이 안이한 지역 교육계에 자극을 준다는 목적으로, 주민의 정보공개 요청에 응한다는 이유로 시험 결과를 공개하려 하지만 문부성은 불가 원칙에서 변함이 없다. 여론도 시험에 매달리는 40여 년 전의 학교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가 높다.
아키타(秋田)현이 이 시험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를 해 화제이지만 대학진학률은 전국 수위가 아니다. 창의력과 감수성이 넘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교육을 다른 지역보다 잘 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도 없다.
“지금 교육은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모도 교육에 열심이 아니라 교육 결과에 열심이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쓰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일본 교토(京都)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한국은 2011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하고 이 성적을 토대로 학교 지원에 차별을 두겠다고 한다. 평가 결과를 교장ㆍ교감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교육청도 나왔다.
한국은 과거 일본과 달라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의 모든 것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을 따름이다.
김범수 도쿄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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