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글라라)·시인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이 말씀만으로도 우리는 참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흐린 하늘에도 태양이 떠 있고
캄캄한 야밤에도 달빛을 느끼듯이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이름만으로도
그저 든든하여 위로 받던 우리는
하필이면 국내외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 때에
진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정신적 지주를 잃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빨리 민주화가 된 것은
추기경님의 빛과 소금의 역할 덕분이었습니다
갇힌 자 가두는 자 쫓기는 자 뒤쫓는 자 가리지 않고
모든 이를 이웃으로서 당신 몸같이 사랑하시며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어 주신 덕분이었습니다
당신 앞에 당도하면 누구든 저절로
사랑이란 양심이란 정의란 용기란 무엇인가를
가슴으로 체험하게 되곤 했습니다
낮고 어둡고 후미진 곳만 몸소 찾아다니며
불우하고 가난한 이들의 다정한 친구와
든든한 아버지가 되셨던 당신을 우리는 오래 기억할 겁니다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는 누구나
천주교도 타 종교 신도 또는 무신론자이더라도
시대와 세상의 눈보라와 폭풍이 휘몰아칠 때마다
지붕과 울타리와 담벼락이 되었던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모두를 당신 몸처럼 사랑하고 가신 김 추기경님
당신이 도착하신 영원한 그 나라에서도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나라와 온 세계와 인류 모두가 우리가 되도록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그리고 영원히, 빌어주소서.
유안진(글라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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