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사정(司正) 수사'의 신호탄인가.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수사가 재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해 말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또 다른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는 지난해 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비리 사실이 포착돼 구속기소됐다. 당시 강 회장도 이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혐의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대전지검 특수부(부장 이경훈)가 지난 14일 강 회장 소유의 골프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통상 법원이 구체적인 범죄 정황이 없을 경우 압수영장 등을 발부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 내사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얘기다. 검찰은 4, 5년간의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정밀 분석 중이다.
수사 초점은 역시 강 회장의 돈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386 정치인'들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해 '386 벤처 신화'로 주목받은 휴대폰 제조업체 VK의 이철상(구속) 전 대표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강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이미 5, 6개월 전부터 강 회장 개인 및 회사 명의의 계좌를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의 최종 '칼끝'은 강 회장의 횡령 및 조세포탈 등 개인적인 비리를 넘어 참여정부의 '386 정치인들'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최근 재판 진행 중인 박 회장을 다시 소환해 '정치권 로비' 의혹을 조사했다. '박연차 리스트'를 참고하고 있다는 얘기도 검찰 주변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사정 수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전지검 관계자는 "(강 회장에 대해) 가장 기초단계의 내사를 시작했을 뿐이어서 현재로선 혐의 등에 대해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강 회장 또한 "전국 300여개 골프장 가운데 내가 경영하는 골프장이 두번째로 세금을 많이 낸다. 검찰 수사를 받을 만한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어 정확한 진실 규명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다음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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