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성적표'를 교육과학기술로부터 넘겨 받은 시도교육청이 경쟁적으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학력부진아 비율이 높고 전체적으로 학업성취 수준이 하위권인 시도교육청이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나름의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학력부진 학교를 지원하거나, 교원들을 상벌(賞罰)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지 불과 하룻만에 나와 '졸속' 논란이 일고 있고, 대책의 주요 내용들도 교원과 학부모 등의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고 수립된 것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생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체면을 크게 구긴 서울시교육청은 이른바 '교장ㆍ교감평가제 도입' 카드를 제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교장ㆍ교감의 인사에 반영하는데, 상위 3% 학교 교장과 교감에게는 인사상 우대를, 하위 3%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학력부진 학교에 200억원을 중점 지원하고 교장에게 교원을 50%까지 초빙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들어있다.
시행 시기는 내년 3월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원들의 열의가 학업성취도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 대해 "지나치게 조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종의 인센티브 부여를 핵심으로 하는 교장ㆍ교감평가제 도입을 놓고 이해 당사자인 교원 및 교원단체는 물론 학부모 의견도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일방통행식 시책'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민감한 사안의 경우 사전 여론 수렴이 필수적인데 시교육청은 이런 과정을 생략해 불신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내용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장 내년 3월부터 교장ㆍ교감평가제가 시행될 경우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려야 해 도를 넘어선 학습 경쟁은 불가피하다.
초등 영어성적이 하위권으로 나타난 인천시교육청의 대책도 논란이다. 학업성취도 향상 실적이 좋지 않은 학교장은 성과급을 삭감하고 좌천성 전보 등 인사 불이익을 주며, 기초학력을 많이 끌어올린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안이지만 "모든 학력신장 책임을 교원들에게만 돌림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있다. 인천 I여중 A교사는 "돈과 인사로 교사들을 뺑뺑이 돌리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학업성취도 제고 대책을 교원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짓지 않은 교육청은 울산시교육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교육청은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고 논술형 문제 출제를 확대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학업성취 저하의 원인을 교원 보다는 효율적이지 않은 학습 시스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시도교육청이 검증되지 않은 대책을 마구잡이식으로 내놓는 것은 교단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위험천만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부교육감을 지낸 한 교육계 인사는 "시도교육청이 학력부진아를 찾아내 줄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며 "1차적으로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이유를 꼼꼼히 분석한 뒤에 교원과 학부모들이 수긍하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내놓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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