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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대통령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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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대통령과의 인연

입력
2009.02.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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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산 증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가 가장 뜻깊은 인연으로 기억하는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1970년대 내내 대립각을 세웠던 박 전 대통령. 김 추기경은 1971년 기차로 진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박 전 대통령을 11시간 동안 동행하며 그의 장기집권 야망을 예감하고 내내 우울했다고 후일 회고했다.

김 추기경은 작은 역사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전지(剪枝)를 하면 안되는데, 비서실장 차장 불러서 누가 했는지 알아보라고 해"라고 소리치는 그를 보면서,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가꾸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집착이 강했던 박 전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집착'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후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제3기 집권에 대한 욕망을 꺾고 나머지 과제를 후임자에게 넘겼더라면 지금쯤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국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1983년 3시간 동안 마주앉았다. 김 추기경은 학생시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시국 문제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 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다"는 말을 거듭하는 전 전 대통령 앞에서 권력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말 당선인사를 겸해 김 추기경을 찾아왔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 "당선을 축하합니다. 좀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다른 후보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기쁜 마음을 금할 길이 다를 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5년 '3ㆍ1명동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구명운동을 하는 등 김 추기경과 각별한 사이였다. 김 추기경은 김 전 대통령의 당선 미사를 직접 집전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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