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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화상 입어 늘 감추기만 했던 내 오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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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화상 입어 늘 감추기만 했던 내 오른손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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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화상으로 손을 심하게 다쳐 두 번의 큰 수술에도 불구하고 장애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딸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호주머니 속에 있을 저의 꼬부라진 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오른 손은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호주머니 속에서 나오질 못했고, 집에 있는 날에도 잘 나오질 않았습니다. 큰 아이 입학식 때도, 학부모 모임 때도, 운동회 날도 전 항상 언니와 동행했습니다. 제 손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몇 년 전부터는 작고 꼬부라진 오른손을 당당히 주머니 속에서 꺼내 다니고 있답니다. 제게 힘과 용기를 준 착하고 예쁜 우리 두 아이 덕분입니다.

둘째 딸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뒤 첫 운동회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전 언니와 함께 학교에 갔습니다. 나무 그늘 한쪽에 앉아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단상 마이크로 울려 퍼지는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1학년 학부모 여러분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예쁘게 춤을 추어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저 멀리서 아이가 땀을 흘리며 "엄마~" 하고 부르며 뛰어오는 겁니다. 저는 큰 아이 때처럼 언니를 대신 나가라고 했는데 아이는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이며 "싫어, 엄마랑 갈 거야"하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던 언니는 "그래. 네가 얼른 가. 괜찮을 거야"하면서 저의 등을 떼밀었습니다.

전 못이기는 척 아이의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후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호주머니 속에 있어야 할 제 오른 손이 푸른 하늘을 향해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깜짝 놀라 얼른 호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으려는 순간, 딸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제 손을 꼭 잡아 주면서 "엄마, 괜찮아"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저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한테 낮에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남편도 눈가에 살짝 눈물을 적시더니 "우리 딸 예쁘네. 그래 이젠 애들도 다 이해하니까 당당하게 손을 내놓고 다녀. 당당하게." 그러면서 저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문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큰 아이가 "엄마. 내가 얼른 커서 손 고쳐줄게. 그때까지 참아"하며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작은 아이도 "엄마 손이 제일 예뻐"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인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요즘은 꼬부라진 제 손에 매니큐어를 발라주면서 "우리 엄마는 손톱도 예쁘네"하며 장난을 치는 딸들이 너무도 예쁩니다.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론 더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손을 내밀고 다닐 것을 다짐합니다. 장애가 죄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바보처럼 살아온 지난 날들을 후회도 합니다. 장애가 부끄럽지 않다는 걸 알게 해 준 예쁜 우리 딸들을 위해 오늘도 전 "파이팅!!"입니다.

경남 진주·옥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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