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 안익태 선생 부인 로리타 안 여사 별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 안익태 선생 부인 로리타 안 여사 별세

입력
2009.02.19 07:05
0 0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1906~1965) 선생의 부인 로리타 안(스페인명 마리아 돌로레스 탈라베라) 여사가 16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스페인 주재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향년 94세.

스페인 출신인 고인은 1946년 안익태 선생과 결혼해 아나 세실리아, 엘레나, 레오노르 등 세 딸을 뒀다. 스페인 백작의 딸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고인은 지휘자로 유럽에서 명성이 높았던 안익태 선생의 오랜 팬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스페인으로 피난을 온 그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결혼과 함께 마요르카에 정착한 안익태 선생은 마요르카 오케스트라를 창설해 상임지휘자를 맡았으며, 그곳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다 생애를 마감했다.

남편이 작고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을 만큼 남편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던 로리타 안 여사는 1972년 안익태 선생 의 일대기 <나의 남편 안익태> 를 펴내 자료가 전무한 안익태 선생 연구에 기초를 제공했다. 안익태 선생은 로리타 안 여사를 위해 가곡 '흰 백합화'를 작곡했으며, 악보에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나를 기억해달라'는 친필을 남겼다.

로리타 안 여사는 2005년에 '애국가'를 저작권료를 내고 이용해야 하는 데 대해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한국을 방문해 "애국가는 한국의 것이고 우리 가족은 한국인이므로 저작권은 한국 국민에게 있다"며 무상으로 한국 정부에 저작권을 양도했다. 또 악보 일체와 편지, 사진 등 남편과 관련된 자료까지 모두 안익태기념재단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교향시 '마요르카'와 '포르멘토르의 소나무' 등 미공개 악보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인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스페인이 8강전에서 맞붙었을 때는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팀이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남편의 조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고인이 한국을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2006년 12월. 서울 KBS홀에서 열린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참석을 위해서였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으로 '마요르카'의 한국 초연을 지켜본 로리타 안 여사는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갑 속 빛바랜 남편의 얼굴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그와 함께 한 모든 날,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훌륭한 음악가였고 무엇보다 조국을 사랑했다. 남편이 그랬듯 우리도 늘 한국을 그리워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