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중 아직 검거되지 않은 정모(32)씨가 인질 몸값으로 받은 수사용 가짜지폐 1만원권 7,000장 중 일부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오토바이를 구입하기로 하고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판매자를 만나 가짜지폐 700만원을 건넸다. 이 판매자는 가짜지폐에 공통된 일련번호(EC1195348A)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씨는 납치 피해자를 풀어주면서 교통비 조로 가짜지폐 7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위조 상태가 조악해 유통 위험이 낮다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가짜지폐가 실제 사용되면서 피해가 더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지폐 일련번호가 모두 같고 은색 홀로그램이 짙은 회색으로 나타나며, 진폐보다 크기가 크다는 점을 들어 육안으로 위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행은 이날 “가짜지폐 제작ㆍ사용과 관련, 경찰로부터 협조공문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경찰은 유통 가능성에 대비한 규정이나 지침을 전혀 마련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구제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공익을 위해 제작된 가짜지폐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경우 액면가로 1대1 보상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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