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다'던 속담을 연일 비웃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유산 많고 재력 탄탄한 형 등쌀에 밀려 거덜났던 동생네 살림이 올해 들어 확 폈다. 공인된 도박장이라는 낙인까지 찍혔던 아우가 10년 만에 살아나자 동네가 떠들썩하다. '뭔가 개운치 않다'는 음모론부터 '재기의 3박자를 갖췄다'는 응원까지 설왕설래다.
연일 강세를 이어가는 코스닥시장(아우) 얘기다. 유가증권시장(형)이 1,200박스에 갇혀 맥을 못쓰는 사이 아우는 16일(402.87) 400고지를 넘었다. 4개월 9일만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닥지수는 세계 주요 증시(43개 지수) 중 두 번째(12일 기준 16.22%)로 많이 올랐다. 7위에 그친 코스피지수(4.92%)와 비교하면 형보다 훨씬 낫다.
최근 흐름은 '동생의 역전'이 확연하다. 코스닥이 5거래일연속 상승하는 사이 코스피는 징검다리 상승(13일)을 제외하곤 4일이나 하락했다. 형과 아우의 지난해 성적은 각 -40%대, -50%이상, 형이 떨어지면 더 떨어지고 형이 오르면 찔끔 오르는 게 대체적이었다. 형과 아우의 결별이 시작된 걸까.
3대 악재를 만회할 3가지 호재
지난해 코스닥은 3대 악재에 시달렸다. NHN 등 대장주가 줄줄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고,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증시 전반의 수급이 무너지면서 유가증권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데다, 실적 없는 테마와 작전의 온상이라는 비난도 여전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라졌다. 상승동기, 수급, 기술적 측면에서 3가지 호재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붐 이후 10년만의 활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심엔 정책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IT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었다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는 녹색성장과 신재생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실제 연말연초 줄줄이 발표된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녹색성장과 그린에너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 종목은 특성상(규모 및 사업환경) 유가증권시장보다는 코스닥시장에 많이 포진해있는데, 이들이 뛰자 코스닥시장 전체가 혜택을 누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대체에너지로 각광 받는 발광다이오드(LED) 관련주인 서울반도체는 올해만 100%이상 급등해 시가총액 5위를 꿰찼다. 동반 강세인 태양광이나 풍력 관련 종목도 코스닥 비상(飛上)의 일등공신이다.
기관이 수급의 주도권을 잡은 것도 '랠리'의 긍정적 요인이다. 최근 기관은 2000년 초(IT 붐), 2005년 말(바이오 열풍)에 버금가는 매수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기대도 있지만 기관들이 실적악화가 드러난 대형기업보다 선전하고 있는 중소형 종목을 사들이는 틈새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중소형주펀드 수익률도 좋아지는 추세다.
10년 전 IT 붐이 '거품'으로 변질된 이유 중 하나가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의 매수세는 탄탄한 상승 동력이다.
기술적 요인(저가 메리트)도 있다. 쉽게 말해 지난해 코스피보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정근해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65%이상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지나치게 하락하면서 저가 메리트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더 오르겠지만 마냥 좋아하지 마라
코스닥지수는 1분기 안에 450선을 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상승 목표치는 지난해 7월 고점 이후 61.8% 반등수준(433) 또는 지난해 4월 고점부터 저점까지 하락 폭의 50% 되돌림(452)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닥시장이 단기적인 조정을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아직 랠리의 끝을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이 결국 수익률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턱대고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미 웬만한 종목은 3~4배 오른 데다, 테마보단 실적을 눈여겨보는 옥석 가리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쉼 없이 달려와 400을 돌파한 터라 숨 고르기(조정)도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는 조정 국면이 매수 시점이라고도 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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