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던 비자카드가 비씨카드의 초강경 대응에 '백기'를 들었다.
비자카드는 18일 "7월부터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2%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레터(편지) 형식으로 국내 회원사들에 전했다"고 밝혔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최근 새로 들어선 경영진이 수수료율 인상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국내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비자카드가 결국 꼬리를 내린 것은 회원사들의 비판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가 다른 나라에서는 수수료율을 손대지 않고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올리려고 하자, 국내 카드업계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비자카드는 해외겸용 카드 부문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69.1%에 이른다.
게다가 비자카드의 최대고객인 비씨카드가 '예상 외의 강수'를 두자 결국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장형덕(59ㆍ사진) 비씨카드 사장은 비자카드 고위자문위원회 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장 사장은 "최근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결정이 고위자문위원회를 통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 이상 자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위원직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또 장 사장이 "향후 비자카드 발급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향후 비씨카드 만으로도 해외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체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압박하자 비자카드는 인상안 철회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최대 고객인 비씨카드가 자체 해외카드 상품 개발과 새 파트너와 계약할 경우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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