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17일 마감시한에 맞춰 회생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비대한 몸집을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정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게 골자다. 그러나 백악관은 자구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구조조정 약속, 추가 지원 요청
정부로부터 134억달러를 이미 지원 받은 GM은 이날 추가로 166억달러를 요청했다. 이미 40억달러를 받은 크라이슬러도 50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두 업체에 지원되는 구제금융만 390억달러에 달한다.
GM은 구조조정 계획으로 전 세계 작업장에서 4만7,000명을 감원하고 2012년까지 북미 공장 5개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보유 브랜드도 현재 8개에서 시보레, 뷰익, 캐딜락, GMC 등 4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매각 또는 폐기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3,000명 감원, 3개 모델 생산 중단 등의 자구안을 내놓았다.
고민에 빠진 정부
자구안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은 신중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기색이 묻어나온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모든 이해당사자로부터 더 많은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두 업체의 계획안이 제출됨에 따라 미 정부는 두 가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회사의 약속을 믿고 계속 자금을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파산을 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계속 자금을 대는 것은 그렇더라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두 업체가 언제 또 추가 자금을 요청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다.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고용파급 효과가 엄청난 미국의 대표적인 두 자동차 업체를 파산으로 몰고 가는 것도 선택이 쉽지 않다. 이미 고용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한 파산이 몰고 올 경제적 파장도 그렇거니와 파산이 방법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느냐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파산은 매우 위험스럽고, 값비싼 프로세스”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프레데릭 헨더슨 GM 사장도 “파산에도 1,0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31일까지 두 업체의 계획안을 검토해 이들의 ‘운명’을 최종 결정한다. 백악관은 당초 계획했던 ‘자동차 차르’ 임명계획을 철회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자동차업계 태스크포스(PTFA)를 구성해 자동차업체의 구조조정을 지휘하도록 했다.
또 다른 변수, 노조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 변수는 노조의 협력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사측과 “2007년 노사 간 마련된 내용을 손질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업체 경쟁력 상실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온 ‘은퇴자 건강보험 기금’ 등 터무니없는 노동비용을 노조가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금융기관 구제법, 경기부양법 등으로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공화당은 물론 여론의 시각이 극히 싸늘한 상태에서 또 다시 납세자의 돈을 낙관적인 근거 없이 자동차업체에 쏟아 붓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여파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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