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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눈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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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눈뜬 자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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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신비'인가 보다.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으로 두 사람이 빛을 찾은 18일.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전 세계 모든 가톨릭 교회의 복음은 '마르코 8장' 이었다. 바로 벳사이다에서 예수가 침을 발라 눈 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복음은 단순히 예수의 기적을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마음의 눈, 양심의 눈이다. 묵상 역시 '코린도 1서 15장'의 돌덩이 2개에 대한 일화를 바탕으로 자식에, 재물에, 명예와 권력에 눈이 먼 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이었다.

▦이 날 한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얼마나 잘 보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이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그들의 소중한 삶과 생명이 아니라 나의 권세와 제물은 아닌가. 절제와 한계를 모르는 눈은 눈이 아니다. 우린 다 눈먼 자들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수환 추기경님으로 인해 두 사람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눈을 뜨게 됐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평생 이웃사랑의 무소유로 산 것도 모자라 자신의 육신까지 기꺼이 나눠주고 떠난 추기경 역시 그 마음이었고, 그런 말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수환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으로 있었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와 각막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도 17일 하루 무려 151명이 등록을 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도 "생각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김 추기경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명했다. 나머지 등록자들도 대부분 유 장관과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니, 추기경의 마음이 전해졌나 보다. "무엇이 보이느냐"는 예수의 물음 대신 그가 "이제야 보이느냐"고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아내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우주공학자가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낸다. 아내는 물론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다른 차에 탄 6명까지 목숨을 잃는다. 혼자 살아난 그는 자신의 도움이 있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낮고 가난하지만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일곱 명에게 자신의 '몸'을 준다. 그것만이 죽은 일곱 명의 생명을 되살리고, 용서와 구원을 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상영 중인 영화 <세븐 파운즈> 의 이야기다. 장기 기증은 자신의 생명까지 기꺼이 나누는 일이다. 아름다운 눈과 마음으로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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