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에 근무하며 장애인 보조금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3년 간 수 십억원을 횡령한 간 큰 공무원이 적발됐다. 이 직원이 복지예산을 제 주머니로 빼돌리는 동안 해당 자치구는 까맣게 몰랐고 시 차원의 검증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양천구의 8급 기능직 안모(39)씨가 장애인 수당을 빼돌리기 시작한 건 2005년 5월. 당시 구청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에서 근무하던 안씨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수당 등 보조금을 지급 대상자와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총 72회에 걸쳐 26억4,400만원을 횡령했다. 안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본인과 부인, 모친 등 명의로 5개 계좌에 분산 입금해 왔다.
안씨는 빼돌린 돈으로 벤츠 승용차와 아파트(33평)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구청 직원들에게는 "아내가 로또복권에 당첨됐다. 처가가 부자다"라고 둘러댔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시가 이 달 초부터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복지 보조금의 지급 실태를 일제 조사하던 중 적발됐다.
양천구는 횡령 사실이 적발된 15일 안씨와 가족 명의로 은행에 예치된 16억원을 즉각 환수했으며, 안씨와 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하는 등 추가 환수에 나서기로 했다. 또 안씨와 함께 근무했던 과장 등 상급자 8명을 직위 해제했다.
양천경찰서는 17일 안씨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시 이성 감사관은 "안씨가 실제 장애인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다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을 빼돌렸다"며 "감사 인력을 총동원해 전 자치구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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